감각적인 연출과 가볍지 않은 소재로 무장한 KBS의 세 번째 드라마 스페셜 ‘도피자들’이 파란을 예고했다. 브라운관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독특한 문제작의 등장에 기대감이 모인다.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에서는 KBS 드라마 스페셜 2018 ‘도피자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학주, 김새벽, 김주헌과 연출을 맡은 유영은 PD가 참석했다.
이날 유영은 PD는 ‘도피자들’에 대해 “꿈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만든 드라마다. 꿈이라는 소재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소재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희도 마찬가지로 매일 꿈을 꾸고 그 꿈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거나 선명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어서 현실적인 소재라는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라마 속 인물들 역시 현실에서 피하고 싶은 아픔이 있고, 그걸 피하기 위해서 꿈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다”라고 설명한 유 PD는 “판타지적 요소 뿐 아니라 꿈속에서 서로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영상에서 보신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장르가 섞여있다. 액션, 경쾌한 코믹, 판타지, 인간적인 교감 등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서는 휴머니즘적인 부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꿈과 현실을 소재로 하는 ‘도피자들’은 두 세계의 분리가 무엇보다도 관건이다. 이날 공개된 예고 영상은 감각적인 연출로 두 세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유영은 PD는 “꿈과 현실을 정확하게 분리해야만 시청자 분들이 헷갈리지 않게 보실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조명 등 컬러감에 많이 신경을 썼다”며 “많은 제작비로 제작한 판타지물이 아니다보니 소품, 미술, 음향적인 미술에서의 차이점에 신경을 썼다”고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또 “소재의 새로움도 중요하지만 정서를 따라가면서 잘 이해해주실 수 있으셨으면, 그 정도만 돼도 감사할 것 같다”며 “인물의 감정을 잘 따라서 마치 인물과 함께 꿈과 현실을 오갔던 것 같은 느낌. 마지막 엔딩을 봤을 때의 감정을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시청자들에 대한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도피자들’에는 이학주, 김새벽, 김주헌, 최유화 등 그간 브라운관 밖에서 다양한 연기활동을 이어오던 신선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이 같은 캐스팅에 대해 유영은 PD는 “TV에서 저도 많이 뵙지 못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영화, 단편영화들을 즐겨보는 편이라 저에게는 익숙한 분들이었다. 꾸준히 오랫동안 봐 왔던 배우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욱 같은 경우는 진지하고 심각하고 아픔이 많은 캐릭터이지만 꿈 안에서는 남성적이고 장난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적합했다. 세영 역할도 초반, 중반, 후반부에서의 느낌이 다르다. 초반에는 알 수 없고, 어떤 아픔이 느껴지기도 하고 후반에는 서늘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김새벽 배우가 잘 맞았다. 김주헌 씨 같은 경우는 단막극 두 편에서 함께 작업을 했는데 TV, 영화 연기를 많이 보진 못했지만 연극에서는 많이 활동 중이다. 추천을 받고 난 뒤 연극을 보러 갔었는데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연극 속에서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 내는 걸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극 중 현직 형사이자 연인을 잃고 꿈으로 도피하는 지욱 역을 맡는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브라운관 주연을 맡게 된 이학주는 “첫 주연을 맡아서 좋았다”며 “주연이라는 부담감도 있어서 촬영장에서는 걱정을 많이 해서 걱정쟁이 같은 느낌이었다. 짧은 시간동안 희노애락을 경험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새벽은 아이를 잃고 꿈속에서 머물고 있는 여자 세영 역으로 분한다.
김새벽은 ‘도피자들’ 출연 계기에 대해 “제가 작년부터 이 드라마를 찍기 전까지 1년 정도 현장에서 도피를 했었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어 “그래서 그 기간 동안 촬영을 아예 하지 않았다. 마치 극 중 세영처럼 현실에서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1년 정도 피했었는데,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고 대본이 제 상황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영처럼 저도 개인적으로 극복해보고 싶었던 점도 있었고 감독님을 처음 만났는데 별로 대화를 많이 안 했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래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새벽은 “저라는 사람이 연기를 하면서 겪는 것들, 그런 것이 저라는 사람이랑 잘 맞는지 스스로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정리하고 헤매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꿈의 세계를 담당하는 담당자 역은 배우 김주헌이 맡는다.
김주헌은 “담당자 역시 도피하는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으로 전사를 만들었다. 담당자 역시 소외된 계층의 인물이라고 해석해서 연기했다”고 캐릭터에게 설명했다.
전작인 ‘너무 한낮의 연애’에 이어 또 한 번 유영은 PD와 손잡고 드라마 스페셜에 출연하게 된 김주헌은 “배우가 함께 촬영했던 감독님에게 대본을 두 개나 받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인 것 같다”며 “‘너무 한낮의 연애’는 잔잔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역동적인데, 그런 부분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세 배우 모두 앞서 드라마 스페셜에 출연하며 단막극을 경험했던 바, 단막극만의 매력에 대해 김새벽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조명이든 카메라 워킹이든 일반 드라마에서 잘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번 작품에서도 현장에서 촬영 감독님들이 신나서 촬영하시는 걸 보는 게 너무 즐거웠다. 그런 부분이 드라마에 잘 담긴 것 같고, 10편이 있으면 10편 다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매주 한 편씩만 봐도 일주일을 즐겁게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도피자들’은 꿈으로 도피함으로써 현실의 아픔을 잊어보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오는 26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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