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시원하게 불러 시청자 전화 투표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과는 2004년 MBC 서바이벌 음악프로그램 ‘스타탄생’ 우승. 고3 때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키운 가수 데뷔의 꿈은 일찍 열매를 맺었다. 그는 이듬해 여성 보컬 그룹 버블시스터즈에 합류,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룹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앨범 ‘레미네슨스(Reminiscence)’를 낸 뒤 팀을 떠났다. 목에 낭종(혹)이 생겨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없어서였다. “(버블시스터즈) 언니들이 무대에서 제 파트를 대신 불러줬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를 찾은 버블시스터즈 출신 아롬은 어렵게 옛이야기를 꺼냈다.
“활동할 땐 무대 공포증”으로 마음고생도 했다. 공백이 길어지면서 무대는 점점 멀어졌다. 보컬 레슨을 하며 돈을 벌던 아롬은 편의점에서도 일했다. 그는 “2년 정도 다른 일을 하다 보니 더 음악이 간절해지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때 아롬의 손을 잡아준 건 나얼이다. 나얼은 자신의 소속사(롱플레이뮤직)에 아롬을 추천했다. 나얼은 2007년 아롬을 처음 만났다. 힙합 듀오 다이나믹 듀오의 3집에 실린 ‘절망하지 맙시다’ 녹음 보컬 감독을 하면서였다. 아롬은 이 곡에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 때 나얼은 아롬의 가능성을 알아 봤다. 아롬은 “알고 보니 교회도 (나얼과) 같은 곳을 다녀 연이 이어졌다”며 웃었다.
나얼은 후배의 재기를 위해 직접 나섰다. 그는 아롬의 ‘프로듀서’가 됐다. 아롬이 지난 14일 멜론 등 음원 사이트에 공개한 ‘기억의 빈자리’ 리메이크 방향을 잡아주고 녹음까지 힘을 보탰다. 나얼은 이 싱글 앨범 표지도 직접 제작했다.
하지만 아롬에겐 부담이었다. ‘기억의 빈 자리’는 지난해 나얼이 세상에 내놓아 이미 큰 사랑을 받았다. 아롬은 이 한 곡 녹음을 무려 나흘 동안 했다. 일반적으로 한 곡의 녹음은 세 시간이면 끝난다. 아롬은 “공백이 길어 목소리 톤 잡는데 헤매기도 했다”며 “욕심처럼 소리가 안 나와 속상해서 녹음실에서 등 돌려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곡의 애절함을 살려 달라는 나얼의 주문을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이 들어서였다.
고생 끝에 나온 ‘기억의 빈 자리’에서 아롬은 담담하게 곡의 서정을 이끈다. 리메이크곡은 원곡보다 박자가 느려지고 현악이 부각돼 쓸쓸함이 더하다. 아롬이 부른 ‘기억의 빈 자리’는 일본에도 공개됐다. 이 곡은 한국과 일본의 음악인들이 손잡고 앨범을 만드는 ‘뮤니콘’ 일환으로 제작됐다. 나얼을 비롯해 이승환 등이 제작에 참여한 노래를 한국과 일본에 동시에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아롬은 박효신의 5집 ‘더 브리즈 오브 더 시’(2007)에 실린 ‘라이크 어 스타’에서도 노래했다. 박효신이 아롬에 직접 연락해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바비킴 등 여러 가수와 작업하며 음악적 색을 더한 아롬은 “계속 노래하는 게 목표”다.
“내년을 목표로 새 앨범도 계획하고 있어요. 브라운아이드소울 영준 선배 등이 준 곡도 있고요. ‘기억의 빈 자리’ 리메이크 작업을 하면서 더 음악에 욕심이 생겼어요. 힘내 보려고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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