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검사들과 식사를 하고 격려금을 지급한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 받았다. 하급자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어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사건이 무죄로 확정된 만큼 ‘찍어내기’ 수사가 아니었냐는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5일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지검장 상고심에서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만찬에서 제공한 음식물 및 금전이 부정청탁금지법 8조 3항 1호에서 정한 예외사유인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ㆍ격려ㆍ포상 등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무죄 판단한 원심 결론을 수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자신이 지휘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 종결 나흘 후인 지난해 4월21일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와 법무부 검찰국 간부 등 10명과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격려금조로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넸고, 한 명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했다.
언론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진 뒤 문 대통령은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이로 인해 ‘검찰 2인자’였던 이 전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고, 이후 지난해 6월 품위 손상과 법령 위반을 이유로 면직 처리되고, 사실상 대통령 하명 수사 후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1·2심 모두 “김영란법 예외 규정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로와 격려 목적으로 제공한 것’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들에 대해 상급 공직자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법무부 직제상 검찰국은 일선 검사들이 겸직하고 만찬 자리에 있던 이들도 이 전 지검장을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해 직무상 상하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8조 3항 1호의 ‘상급 공직자 등’의 의미를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명확히 규정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이 전 지검장은 1년3개월여의 재판 끝에 혐의를 벗게 됐다. 새로 출범한 정권이 검찰의 핵심 요직에 원하는 인사를 앉히기 위해 이 전 지검장을 ‘찍어내기 수사’를 했다는 논란 또한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지검장은 서울행정법원에서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심리가 진행 중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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