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사립유치원들의 비리가 실명으로 공개됐다. 유치원 원장과 가족들이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고액의 월급을 챙겼고, 심지어 해외에 체류 중인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등 제멋대로 공금을 사용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은 2014년과 2016년 익명으로 발표했던 사립유치원 감사결과를 도교육청 누리집(http://www.jje.go.kr)을 통해 실명 공개했다고 25일 밝혔다. 감사 결과는 누리집 ‘정보공개’ 메뉴의 ‘감사결과공개’ 코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도내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한 2014년과 2016년 특정감사에서는 각각 19건과 24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도교육청은 2014년 감사에서 경징계 처분을 받고 지속적으로 회계지도를 했음에도 다시 부당하게 예산을 집행한 사실이 확인된 유치원장 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이 중 전원유치원 원장에 대한 징계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다른 1명은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어서 이번에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감사 결과를 보면 일부 유치원들은 원장 등의 월급을 임의대로 책정해 지급하다 적발됐다. 2016년 8월에 지급된 전원유치원장의 월급은 공무원 보수규정의 공립교원 최고 40호봉인 484만1,300원보다 많은 886만2,000원에 수당까지 합쳐 1,031만2,000원이 지급됐다. 새순유치원 원장도 보수지급 기준 없이 임의대로 보수를 책정해 2016년 8월에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 770만9,790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순유치원 원장은 또 같은 달에 본인의 남편인 행정실장의 월급을 임의대로 책정해 기본급 582만9,200원과 수당을 합쳐 682만9,200원을 지급했고, 실무경력이 2년도 안된 행정실무직원인 자신의 아들에게도 월급 295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새순유치원은 2011학년도부터 2012학년도까지 통학차량 운전기사로 계약돼 있는 원장의 아들이 해외에 체류 중임에도 월급을 지급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35인승 유치원 통학차량을 운행하려면 1종 대형면허를 보유해야 하지만, 원장 아들의 면허는 1종 보통면허로 실제로 유치원 통학차량을 운전할 수 없었다. 이 통학차량은 원장의 남편인 행정실장이 운행했고, 2년간 월급으로 총 2,600만원이 아들의 계좌로 입금 처리됐다.
유치원 예산 역시 제멋대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원유치원은 2015년 3월 17일 A업체와 1,281만원에 실내장식공사를 체결했지만, 공사의 규모 및 예산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발주서류와 설계도면, 물량산출 근거, 내역단가 산출서 등 공사 내역도 없이 공사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공사 관련 사진도 첨부하지 않아 공사가 실제 진행됐는지 확인할 수 없고, 공사대금도 A업체가 아닌 A업체의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제3의 인물에게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동유치원은 2015년 유치원 공공요금을 집행하면서 유치원 2층에 거주하는 설립자의 개인주택의 전기료와 상하수도 요금 501만원을 대신 납부했다. 또 2016년에도 같은 이유로 유치원 예산에 656만원을 책정해 일부를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유치원은 원장 등의 개인 소유의 토지를 임차해 임대료를 지급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유치원은 모녀 관계인 원장과 교무부장이 공동 소유한 토지에 천연잔디와 운동기구를 식재ㆍ설치하고 연 임대료 2,000만원을 원장 개인 통장으로 입금했다.
새순유치원은 원장 개인 소유의 과수원에 정자와 일부 놀이시설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생태학습장으로 임대 계약을 체결해 매주 1회 정도 학습장을 방문, 체험활동을 하게 하며 2013년 3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월 250만원씩, 22개월 간 총 5,500만원의 임대료를 원장 개인 통장으로 지급하다 적발됐다.
도교육청은 이번 감사 결과 에외 올해 시작한 도내 사립유치원에 대한 재무감사 결과도 실명 공개할 예정이다. 올해 감사대상은 제주시 지역 7곳으로, 감사절차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순쯤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다.
한편 이날 도교육청의 감사 결과 실명 공개와 관련 해당 유치원측의 입장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듣지 못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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