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준이 제대로 연기 포텐을 터트렸다.
서강준은 지난 2013년 웹드라마 ‘방과후 복불복’으로 데뷔한 이후 이국적이면서도 조각 같은 외모로 단숨에 여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서강준은 이후 ‘수상한 가정부’ ‘앙큼한 돌싱녀’ ‘화정’ 등 다양한 작품에 꾸준히 출연해 왔지만 외모에 비해 연기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본격적으로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기 시작했던 것은 2016년 방송된 tvN ‘치즈인더트랩’이었다. 극 중 한 때 촉망 받던 피아노 천재 백인호로 분해 반항기 넘치면서도 따뜻한 면모를 선보였던 서강준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적인 연기로 ‘배우 서강준’으로서의 재평가에 시동을 걸었다.
비록 ‘치인트’ 이후 차기작으로 선택했던 tvN ‘안투라지’가 역대급 실패를 맛보며 서강준의 연기 상승세를 잠시 주춤하게 만들긴 했지만, 서강준은 이에 굴하지 않고 2018년 드디어 자신의 인생작을 만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 종영한 KBS2 ‘너도 인간이니?’다.
‘너도 인간이니?’에서 AI 로봇 남신III와 재벌 3세 남신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던 서강준은 첫 지상파 주연작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극을 ‘캐리’하는 연기력으로 역대급 호평을 이끌어냈다. 똑같은 얼굴을 지닌 로봇과 인간을 연기했지만, 서강준의 1인 2역이 아닌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간 빛을 발하지 못했던 서강준의 숨겨진 연기력 포텐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데뷔 5년 만에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서강준은 곧바로 JTBC ‘제 3의 매력’에 출연하며 ‘굳히기’에 나섰다.
극 초반 교정기와 안경 등을 착용하며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외모’를 뒤로하고 오롯이 연기로 승부수를 던진 서강준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배우 서강준 대신 순수하지만 예민한 ‘너드남’ 온준영만이 작품 속에 남은 것. 서강준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코믹 연기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터져 나왔을 땐 ‘이 연기력을 어떻게 참아왔나’ 하는 감탄마저 수반됐다. 코믹하고 지질한 연기부터 현실감 넘치는 연애 서사까지 완벽하게 그려낸 서강준의 연기 독주엔 당분간 브레이크가 없을 듯 하다.
지금 서강준이 싹 틔운 ‘연기력 포텐’은 발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더욱 값지다. 데뷔 이래 계속 함께했던 ‘얼굴 천재’라는 수식어 대신, 이제는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가 더욱 어울리는 배우 서강준의 성장이 반갑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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