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만 예외적으로 부모부양수당을 지급하는 병원 규정을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나왔다. 해당 병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가족수당 지급 시 장녀 등 다른 직원이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도록 경북대병원에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지만 경북대병원이 불수용했다”고 25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장녀인 경북대병원 직원 A씨는 부모와 따로 살게 된 이후 병원이 그간 지급한 부모부양수당을 환수해갔으나, 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는 부모부양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경북대병원은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에게는 차별을 두지 않고 부모부양수당(부양가족 1인당 2만원)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은 자녀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장남에 한해서는 부모와 함께 거주하지 않더라도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인권위는 경북대병원이 가족수당 규정 제정 당시 전통적인 성 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은 1993년 법인화를 거치면서 당시 공무원 가족수당 규정을 준용한 뒤, 이를 개정하지 않았다. 반면 공무원 가족수당 규정은 ‘장ㆍ차남 및 장ㆍ차녀 구분 없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자녀에게만 부양수당을 지급하도록 개정됐다.
인권위는 현재 장남이 부모부양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낮고 실제 부모를 부양하는 태도가 변해 가족수당 지급 시 장남인 직원과 다른 직원을 다르게 대우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2016년 통계청의 ‘부모부양에 대한 견해’ 통계표에 따르면, 부모부양을 ‘장남 또는 며느리’가 해야 한다는 응답이 5.6%인데 반해 ‘모든 자녀’가 해야 한다는 응답이 71.1%였다는 게 인권위 설명이다.
이에 경북대병원은 최근 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도 부모부양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개정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에 동의하지 않아 가족수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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