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헬기에서 무전도 안돼 LTE가 터지는 낮은 고도로 비행할 때 카카오톡으로 대화할 만큼 열악합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외상외과 교수)가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우리나라 응급헬기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10일 허벅지에 중증외상을 입은 해경 승무원이 병원 이송을 위해 헬기 지원을 요청했지만 허가받은 인계 장소가 아니라는 점 등을 이유로 지원받지 못하고 육상으로 이송하다 숨진 사고와 관련해 현장의 실태를 증언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의 요청으로 국감장에 섰다. 그는 이날 영국에서 응급혼자를 이송하는 동영상을 직접 보여줬는데, 영상 속 영국의 응급의료헬기는 주택가 잔디밭, 럭비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 한복판 등 응급환자가 있는 곳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경찰과 소방대원 등 지상요원의 도움을 받아 착륙한다. 수술도 헬기에서 직접 집도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교수는 “영국의 경우 환자가 도보로 50m 이상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알파 포인트를 정해 지역 소방본부의 도움을 받아 어디서나 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인계점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곳에만 착륙할 수 있다는 법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지원이 부족한데 대한 아쉬움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움을 호소하면 기관장이나 장관 등은 금방 지원해주겠다고 하지만 중간선에서 다 막혀버린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모든 병원이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바로 옆 일본과만 비교해도 간호사 인력이 저희가 3분의 1이다. 의사는 말조차 않겠다"며 인력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실행됐는데 그러려면 의료현장에 많은 인력증원이 있어야 한다"며 "인력증원 없이 (근무) 시간을 줄이면 문 닫으라는 것밖에 안 된다. 이런 식이면 한국사회에서 더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라고도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자신이 민간기업 광고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광고를 찍어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무전기를 지원해 준 것이 고마워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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