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파타야에서 20대 남성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 사체를 유기한 일당이 범행 직후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태국 사법당국과 공조해 일당의 범행을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한 뒤 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했다.
2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태국 파타야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국내 폭력조직 일원인 김모(33)씨는 2015년 11월 태국의 고급 리조트에서 20대 남성 A씨를 구타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 ‘고수익 아르바이트’라며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A씨를 태국 방콕으로 불러들인 김씨는 A씨 여권을 빼앗아 감금하고 군기를 잡는다며 수시로 A씨를 때렸다. A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이를 빌미로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게다가 A씨가 불법 도박사이트 관련 정보를 빼내고 있다며 구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견디다 못한 A씨가 대들자 김씨는 같은 달 19일 일당 두 명을 불러들여 A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까지 계속된 폭행에 A씨가 사망하자 이들은 시신을 차량에 실은 뒤 인근 리조트 주차장에 차량과 함께 버렸다. A씨는 갈비뼈 7대와 앞니 4개가 부러져 있고, 손톱이 뽑혀 있었다.
이들은 범행 다음날 해당 리조트 객실을 잡고 필로폰을 함께 나눠 피웠다. 다른 일당 2명은 사건 직후 자수하거나 현지 경찰에 검거됐고, 김씨는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도주 과정에서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전화해 함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다른 일당이 진범이라고 허위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국경찰 요청에 따른 인터폴 적색수배에도 2년 가까이 수사망을 피해 다니던 김씨는 지난해 7월 한 방송사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사건이 소개되고 쏟아지는 제보 덕분에 올해 3월 베트남 호찌민시 한 한국식당 건물에서 붙잡혀 지난 4월 6일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살해 혐의를 잡아 떼는 김씨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지난 5월 일단 살인 혐의를 제쳐두고 우선 감금 및 강요, 폭행, 도박장 개설 등 혐의로만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공범의 태국법원 공판기록, 부검 감정기록 등을 최근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신응석)는 24일 김씨에게 살인 및 사체유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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