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직접 고용 대신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 고용하는 데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큰 가운데,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 강사직 근로자 159명이 24일 청와대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한국잡월드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고 다음달 2일부터 자회사 전환 채용 절차를 진행키로 하자 이에 반발해 내린 결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박영희 한국잡월드분회장은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진로교육과 직업체험 등을 제공하는 공공기관이지만 전체 직원 388명 중 정규직은 50명뿐이고 338명이 파견·용역 형태의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국잡월드에 직접고용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 방침을 고수해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잡월드분회는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분회장은 “자회사를 통한 고용은 지금의 용역 계약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처우 개선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정부의 정책 가이드라인을 믿었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측과의 협의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마치 자회사 전환만이 유일한 답인 양 밀어붙여 노사협의체 운영과 결정이 모두 파행으로 진행됐다”면서 “강사직을 대표하는 협의체 위원의 발언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잡월드는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한국잡월드 관계자는 “노동자 직군 대표 9명과 전문가를 포함한 ‘노사전협의체’를 구성해 10여 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4월에 전체 위원 18명 중 16명이 동의해 자회사 설립이 결정됐다”라며 “강사직이 아닌 경비나 미화 등 다른 직군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국잡월드분회 강사직 조합원 159명은 다음달 2~8일까지 진행되는 자회사 채용에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해, 조만간 직장을 잃을 처지다. 이에 한국잡월드 관계자는 “노동자 전원이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돼 자회사 채용에 응시하라고 안내했다”라며 “8일까지 지원하지 않으면 계약이 만료된다”고 밝혔다.
한국잡월드분회는 7월부터 경기 성남에 위치한 한국잡월드 건물에서 99일째 천막 농성을 진행 중이며, 지난 19일부터는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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