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전자변형(GM) 감자 수입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식용유, 물엿 등 가공식품의 성분으로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먹을 수 있는 GM 농산물이 수입된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유전자 조작을 하긴 했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데다 튀김감자를 만들 때 발암물질을 없애주는 긍정적 효과가 크다는 게 수입사 측의 주장.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물꼬를 터주면 GM 농산물이 물밀듯 밀려 들어올 거라는 저항이 거세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5월15일 열린 ‘제159차 유전자변형식품 등 안전성 심사위원회’는 GM 감자 ‘SPS-E12’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16년 2월 미국 심플롯사가 심사를 신청한 지 2년여 동안 8차례의 회의에서 격론을 벌이다 내린 결론이다.
미국 심플롯사가 안전성 심사를 신청한 이 감자는 유전자조작을 통해 감자를 튀길 때 다량으로 생성되는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의 생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대부분의 GM 작물이 크기를 키우거나 제초제 사용이 필요 없도록 하는 등 가격을 낮추는 목적으로 개발된 반면, 이 제품은 인체에 해로운 성분을 감소시키기 위해 개발됐다는 차이가 있다.
한 달 가량의 의견수렴을 거치고 이제 남은 절차는 관련부처 협의 등. 식약처는 “여전히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므로 수입을 예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GM 작물에 대한 일반적인 안전성 심사 절차가 다 이뤄진 만큼 내년 2월께는 승인 결정이 나고 수입이 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입사측은 유전자 조작을 했다고 안전성 검증이 된 만큼 수입은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GM 감자가 줄여주는 아크릴아마이드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A군)로, 감자나 일부 곡류를 120도 이상 높은 온도에서 튀기거나 구울 때 내부의 아스파라긴산과 반응해 다량으로 생성된다. 심플롯사의 GM 감자는 감자에 있는 4가지 종류의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해 아스파라긴산 함량이 낮아지고 아크릴아마이드 생성을 최대한 막아준다. 게다가 해외에서는 이미 안전성 논란을 제거했다. 미국 농무부 동식물검역원(USDA APHIS)는 2014년 11월 재배 승인을 했고, 식품의약국(FDA)도 일반 감자와 다르지 않으며 식품 및 사료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 안전성도 확인됐고 발암물질도 줄여주니 실보다 득이 훨씬 크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반대쪽 저항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GMO반대전국행동은 지난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식약처의 승인은 국민 안전을 외면한 처사이며, 승인을 취소하고 관련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GM 감자는 주로 패스트푸드점의 감자튀김 재료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데 식품접객업소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 의무가 없어 국민들은 감자튀김이 GM 감자로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전자변형 농산물 판매 시 반드시 표시를 해야 하지만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에서는 이런 의무가 없다. 지금까지 실제로 사람이 직접 조리해 섭취하는 용도로 허가가 난 적이 없기 때문에 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이다. 농민들은 이번 제품을 시작으로 콩과 옥수수 이외의 다른 GM 작물도 직접 사람이 섭취하는 용도로 본격적으로 수입될 수 있고, 이 경우 가뜩이나 낮은 국내 농산물 자급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불안해 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민수 정책실장은 “현재 가공용으로 강원도 등에서 생산되는 국산감자가 많이 사용되는데, GM감자가 수입되면 자급률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또 다른 GM 농산물 수입도 수월해질까 우려된다”며 “11월 대규모 집회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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