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콘서트
“음악과 함께하는 삶은 제게는 너무 일상적이죠. 어느 날 노래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노래를 계속하려는 열정과 의지를 주는 것 같아요.”
77세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한 세계적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자신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도밍고가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연다. 24일 서울 송파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도밍고는 “대중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건 축복이자 특권”이라며 “관객들과 함께 숨을 쉬고 즐기며, 울고 웃는 그 자체가 음악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다.
1991년 첫 내한공연을 가졌던 도밍고는 이번이 7번째 한국 공연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중 ‘겨울폭풍은 달빛에 사라지고’,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중 ‘달님에게’ 등 오페라 아리아뿐만 아니라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넘버 등 10여곡을 선사한다. 도밍고는 “얼마나 관객과 내적으로 서로 교감이 가능한지를 판단해” 선곡한다고 했다.
마지막 곡인 ‘사랑, 내 삶의 모든 것’은 도밍고에게 특별한 곡이다. “1994년에 어머니가 이 곡을 마지막 곡으로 추천해줬어요. 어머니는 그때 편찮으셔서 TV로 제가 노래하는 걸 들었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느끼셨죠. 말하기 슬픈 작별인사, 젊음의 좋은 날에 대한 추억 등 어떤 나이가 되면 이 노래가 와 닿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게는 특히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프리마돈나 아나 마리아 마르티네즈와 소프라노 임영인이 한 무대에 선다. 도밍고는 임영인과 한국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르는 깜짝 무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도밍고는 “한국 노래는 멜로디가 풍부하고 깊은 선율을 지녀 연습하고 싶은 곡이 많다”며 “다음에 한국에 올 때는 또 다른 한국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1957년 바리톤으로 데뷔한 도밍고는 1961년부터는 50여년 간 테너로 활동했다. 2007년 다시 바리톤으로 돌아간다고 발표한 그는 2016~2017년 시즌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오페라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무대에 오르며 여전히 오페라의 제왕임을 입증했다. 그가 주최하는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도밍고 콩쿠르)는 성악가들에게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아무리 세기의 거장일지라도 최고가가 55만원에 달하는 공연 티켓 가격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등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아닌 실내체육관에서 공연이 열린다는 점이 논란의 불을 더욱 지폈다. 같은 장소에서 공연했던 2년 전에는 11만~33만원이었던 티켓 가격은 올해 5만5,000원~55만원으로 책정됐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음향 등 시스템을 잘 점검했고 많은 관객과 함께하기 위해 장소를 섭외했다”고 밝혔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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