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개통하는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에 참여 의사를 밝힌 사립유치원이 지난해 5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학교로는 지금까지 사립유치원들이 결사 반대해 온 정부 정책이어서 최근 불거진 비리 파문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24일 현재 사립유치원 613곳이 처음학교로를 통해 원아를 모집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15.0%에 해당한다. 특히 제주 등 3개 시ㆍ도는 모든 사립유치원이 처음학교로 참여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경우 이날까지 629개 유치원 중 174곳(27.7%)이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처음학교로는 원아모집부터 추첨, 등록을 모두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원스톱 입학관리 체계이다. 유치원 입학 추첨 때마다 온 가족이 동원돼야 하는 폐단을 줄이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하는 공정성 덕분에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100% 처음학교로를 활용하고 있는 국ㆍ공립유치원과 달리 2018학년도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은 2.7%(115곳)에 그쳤다. 특히 사립이 담당하는 원아(50만3,000여명)가 국ㆍ공립(17만2,000여명)의 3배에 달하는 현실에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사립유치원들은 학부모 부담금이 없는 국ㆍ공립과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처음학교로를 거부해 왔다. 최대 유치원 이익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집단휴업 엄포를 놓는 등 실력 행사도 불사했다. 이런 기류는 11일 부정ㆍ비리유치원 1,878곳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급격히 바뀌었다. 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리 백태에 여론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고, 교육당국도 각종 제재를 가하기 시작하자 위기감을 느낀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강경 자세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처음학교로를 거부하는 사립유치원들에 재정 지원을 모두 끊을 방침이다.
시스템 개통까지 일주일이 남은 만큼 사립유치원의 참여율은 더욱 높아질 게 확실하다. 우선 한유총에 이어 2위 유치원 단체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전사연)는 처음학교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위성순 전사연 회장은 “우리는 2016년 처음학교로 시범운영 단계에서부터 태스크포스(TF)에 들어가 의견을 나누고 회원사 참여를 독려해 왔다”며 “아직 시행된 지 얼마 안된 제도라 참여시 학생 미달 등을 걱정하는 유치원들도 있어 이런 고민을 교육당국에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내달 초로 예정된 입학설명회를 잠정 연기하겠다는 사립유치원도 속속 늘고 있는 추세다. 처음학교로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는 유치원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다만 사립유치원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지는 미지수다. 전체 사립유치원의 75%(3,173곳)가 가입한 한유총은 전방위적 압박에도 일단 처음학교로 거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유총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비리 회원 제명 등 청렴도 제고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처음학교로 참여 문제에 관해서는 “사립유치원이 단순히 비용 부담만 큰 ‘열등재’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면서 보이콧 입장을 거두지 않았다. 이날 오전에는 한유총 부산지회가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29일부터 1주일간 집단 휴원까지 의결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참여 수위는 당정이 25일 내놓을 사립유치원 종합대책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회계시스템 투명성 등과 연계한 고강도 비리 근절 대책을 발표할 경우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들의 이탈 움직임은 한층 커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립유치원들 사이에 처음학교로 참여를 고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지난해와는 확실히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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