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른 아침 구급대 차를 타고 충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A씨는 술에 취해 대기실과 접수실에서 큰 소리로 욕설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웠다. A씨는 이를 말리던 보안요원들에게도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두르고, 접수실의 집기를 부수는 난동을 부렸다. 30여분 간 난동이 이어지는 동안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들은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결국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최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전국의 국립대병원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이 욕설은 물론, 폭행에 성추행까지 저지르는 등 난동을 피우는 사례가 4년 새 4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물론, 심신의 안정을 취하면서 최상의 진료를 받아야 할 다른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강원대병원과 충남대병원도 난동이 많은 병원으로 꼽혀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4년 여간 총 286건의 폭행ㆍ난동 사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응급실에서 벌어진 난동은 114건이었다.
폭행ㆍ난동 건수는 2014년 24건에서 2015년 29건, 2016년 71건, 2017년 66건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올해는 9월 말 기준 96건으로 이미 2014년보다 4배에 달했다.
4년 간 발생한 폭행ㆍ난동은 서울대병원이 94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원대병원(77건)과 충남대병원(27건)이 뒤를 이었다.
국립대병원 난동 사례 중에는 생명에 위협까지 갈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도 적지 않았다. 2016년 말 모 국립대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B씨는 밤 늦게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사 바늘과 과도를 들고 병동 간호사들을 위협했다. 다행히 병원 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의 제지로 크게 다친 사람 없이 소동을 멈출 수 있었지만, 간호사들은 이 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같은 해 또 다른 국립대병원에선 병동을 회진 중이던 교수가 한 환자가 휘두른 샤프펜슬에 관자놀이를 찔렸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이 교수는 얼굴 부위를 5바늘이나 꿰맸다.
2014년 모 병원 통증센터에서 여의사의 엉덩이를 두 차례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70대 남성이 경찰에 입건되는 등 성추행 사건도 있었다.
박 의원은 “대체로 환자나 보호자가 의료진의 진료에 불만을 품고 욕설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4년 간 폭행ㆍ난동 중 47건을 주취자가 저지르는 등 술에 취해 병원을 찾아 폭력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상황에 따라 심신이 약해진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의료진에 불만을 가질 순 있겠지만 과도한 폭력은 의료진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의 안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병원 내 난동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 마련과 예방을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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