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 공공부문에서 청년 인턴 등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고, 다음달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한다. 해외에 나갔다 국내로 돌아오는 ‘유(U)턴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등 투자 애로를 해소해 6조원의 기업 투자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는 24일 김동연 부총리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최근 고용ㆍ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설비ㆍ건설 등 투자가 위축되고 고용상황도 어려워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회복시키면서 기업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이 연말까지 초(超)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들기로 했다. 공기업ㆍ공공기관에선 직장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체험형 청년인턴’ 5,300명을 뽑는다. 학교 등 공공시설의 내진설계 여부나 독거노인을 전수조사 하는 등의 행정 조사인력도 8,000명 확충한다. △대국민 서비스(제로페이 홍보 등) 1만1,000개 △구조조정 지역 희망근로 1만1,000개 △농어촌 환경정비 7,000개 △재해예방(산불 감시 등) 4,000개 등이다. 재원은 올해 예산 중 불용이 예상되는 예산으로 충당된다.
고용한파에 따른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도 한시적(올해 11월~내년 5월)으로 15% 인하하기로 했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유류세를 10% 낮춘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세율이 15% 인하되면 △휘발유가 리터(ℓ)당 최대 123원(1,686→1,563원) △경유는 87원(1,490→1,403원) △LPG 부탄은 30원(934→904원)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달 휘발유 120ℓ를 주유(중형차)하는 경우 현행(약 20만원)보다 기름값 부담이 1만2,500원 줄어든다. 정부는 향후 6개월간 국민들의 기름값 부담이 약 2조원 줄며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소비증가→내수활성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유류세 인하에도 휘발유 값이 3% 뛰는 등 세금을 깎아주는 만큼 기름값이 하락하진 않았던 경우가 있다.
기업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담겼다. 먼저 정부는 ‘투자 대기’ 상태인 2조6,000억원 규모 투자 프로젝트(3개)가 내년 상반기까지 조기 착공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가령 A사가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공장증설(1조5,000억원)에 필요한 부지를 즉시 제공하는 식이다. 또 정부는 연내 추가로 2단계 프로젝트를 지원, 이른 시일 안에 3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조기 단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단계 프로젝트 후보는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사업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이 꼽힌다.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짓는 신사옥(GBC) 사업은 지난 7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작년 12월,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 보류다.
공장을 짓거나 기계ㆍ설비를 사들이는 기업에 대한 1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마련됐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제조업ㆍ신(新)성장 분야에서 시설투자를 하는 경우 투자금의 80%까지 산업ㆍ기업은행이 지원(저리 대출 혹은 직접 출자)한다. 중소ㆍ중견기업의 모든 설비투자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가속상각’도 허용된다. 기업은 설비투자 금액을 5~10년에 걸쳐 비용처리(감가상각)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다. 가속상각으로 이 기간을 대폭 줄여, 기업이 투자 초기에 절세(節稅) 혜택을 많이 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유(U)턴 기업에 대한 세제ㆍ보조금 지원도 강화된다. 대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오면(완전복귀) 최대 100억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진 중소ㆍ중견기업에만 적용됐다. 대기업이 해외 생산량을 50% 이상 축소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부분복귀)에도 법인세를 3년간 면제(지금은 완전복귀 대기업만 5년간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유턴 기업이 산단에 입주할 때 △50년 장기임대 △임대료 최대 100% 감면 등의 혜택도 부여한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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