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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비웃는 해외구매대행 먹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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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비웃는 해외구매대행 먹튀

입력
2018.10.29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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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해외구매대행 소비자불만-박구원기자 /2018-10-28(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해외구매대행 소비자불만-박구원기자 /2018-10-28(한국일보)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모(42)씨는 지난달 시어머니와 시누이 생일 선물로 해외 유명브랜드 코트 3벌을 구입했다. 고심 끝에 고른 구매처는 네이버 블로그 해외구매대행 U업체. 품절이 잘되는 사이즈를 보유한데다 대표 송모(31)씨가 미국에 거주하며 현지 유명 백화점에서 물건을 직접 구입해 보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U업체를 통해 좋은 상품을 구했다’는 구매자들의 상품평까지 확인한 김씨는 의심 없이 229만원을 송씨 은행 계좌로 보냈다.

그러나 ‘최대 2주 안에 보내주겠다’는 약속과 달리 배송기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상품은 도착하지 않았다. 애가 탄 김씨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자는 “곧 해주겠다”는 답만 반복했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면 “내일 환불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김씨는 얼마 뒤 U업체에서 사기 당한 피해자가 40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 사례처럼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해외 유명브랜드 의류 등을 현지에서 대신 구매해 택배로 부쳐주는 ‘해외구매대행’ 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입신고 절차가 필요 없는 ‘목록통관’ 품목이 확대되고 면세한도가 상향되면서 구매대행이 활성화(5년간 2배 이상 증가)되는 데 반해 이들을 구제하는 수단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해외판매의 경우 소비자보호법 같은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데다 구매대행자 대부분이 해외에 거주하는 탓에 수사에 장애가 적지 않다. 경찰이 소환 단계부터 애를 먹는가 하면 구매대행자가 잠적하지 않고 “곧 보내주겠다”, “환불해주겠다”는 식으로 시간을 끌 경우, 사기죄 성립이 어려운 게 현실. 해외판매 사기꾼들도 이런 허점을 노린 것이다.

김씨 역시 9월 광진경찰서에 U업체 대표 송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지만, 미국에 체류하는 송씨가 경찰에 “곧 환불해줄 것”이라며 소환에 불응해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피의자가 해외에 있다 보니 ‘소재 불명’ 등의 이유로 기소중지 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1월 P업체에서 200만원 상당의 의류를 구하려다 사기 당한 이모(31)씨는 “업체 대표가 해외에 있어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며 올 3월 수원지검에서 기소중지 통보를 받았다”며 “나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피해금액을 환불 받지도 못했고, 대표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정으로 민원은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해외구매대행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2018년 상반기 소비자 불만은 4,662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4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 이유로는 ‘취소ㆍ환불ㆍ교환 지연 및 거부’가 37.8%로 가장 많았고 특히 ‘계약불이행’과 ‘사업자 연락두절ㆍ사이트 폐쇄’ 관련 불만은 각각 720건과 773건으로 전년(291건, 326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해외에 있으면 공조수사나 여권무효조치 방안을 강구할 수 있지만 구매대행 사기의 경우 국제협조를 통한 신병 확보와 강제송환이 쉽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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