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책임 묻는 소송서 “고문 의혹”
트럼프, 인권문제 압박 여부 주목
17개월간 북한에서 억류돼 있다가 지난해 6월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당시 22세)의 치아에 방북 기간 중 물리력이 가해졌다는 의학적 소견이 나왔다. 고문 등 가혹행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론 추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향후 대북협상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지렛대로 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웜비어가 북한에 억류되기 전 그를 진료했던 치과 의사들이 미 워싱턴DC 소재 연방법원에 웜비어의 아랫니 2개의 위치가 크게 바뀌었다는 내용의 소견서를 최근 제출했다.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4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아들의 사망 책임을 북한 정부에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014년부터 웜비어를 진료했던 타드 윌리엄스 박사는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 과거 웜비어의 치아를 찍은 엑스레이 사진과, 웜비어가 사망한 뒤 촬영된 두개골 스캔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사망 전 사진에서는 아랫니가 정중앙에 위치했지만, 사망 이후 촬영된 사진에서는 치아가 있어야 할 위치에서 뒤쪽에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웜비어를 마지막으로 진료했던 2015년 5월 27일 이후 어떤 ‘힘’(force)이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는 게 전문의로서의 견해라고 기술했다고 VOA는 전했다. 2011∼2013년 웜비어의 치과 주치의였던 머레이 도크 박사도 소견서에서 아래쪽 중간 치아 4개의 위치가 북한 여행을 전후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변화는 어떤 충격(impact)으로 발생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VOA는 이런 의견을 인용하면서 “폭력이나 고문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고 풀이했다. 북한 당국의 고문 가능성은 웜비어 송환 직후부터 논란이 됐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미국인 중 혼수상태로 풀려난 경우는 없어 유가족과 미국 언론들은 고문의혹을 제기했지만, 가혹행위 여부에 대해서는 석방자들 사이에 증언이 엇갈렸다. 2009년 12월 북한에 들어갔다 붙잡혀 43일 만인 2010년 2월에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로버트 박은 “북한에서 모욕스러운 성고문을 했고 수치심에 자살을 하려고 했다”고 증언했지만, 2009년 8월 풀려난 미국인 기자 로라 링, 2014년 11월 풀려난 케네스 배 등은 좁은 감옥 생활과 중노동 증언했지만 고문여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를 압박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8일 뉴욕에서 개최된 한 행사에서 “오토 웜비어가 북한의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북한 인권상황에는 별다른 개선이 없다고 비판했다. 킨타나 특별보고관은 2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반도) 안보와 평화, 번영에 대한 중요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은 현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새로운 북한 인권결의안을 공동 작성 중이며, 다음 달 중순 제3 위원회 채택 절차를 거쳐 오는 12월 유엔총회에 상정된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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