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나 담배가 스트레스를 달래준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과도하면 스트레스나 우을증을 배가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 평소 과도하게 음주를 하면서 담배까지 피우면 자살 위험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이들에 비해 최대 250배 이상 치솟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만1,654명(남 9,729명, 여 1만1,925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흡연을 함께 할 때 자살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기분장애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 '알코올 사용장애 선별검사(AUDITㆍ오디트)’를 사용해 조사 대상자의 음주 상태를 평가했다. 오디트 점수가 8점 이상이면 음주습관에 문제가 있고, 16점 이상이면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남성의 경우 현재 흡연(매일 또는 가끔) 중이면서 오디트 점수가 20점 이상이면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자살을 생각하게 될 위험이 83.7배에 달했다. 자살 계획까지 세울 위험은 현재 흡연 중이고 오디트 점수가 20점 이상인 경우 121.5배까지 상승했다. 특히 실제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경우는 현재 흡연을 하면서 오디트 점수가 16~19점일 때로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사람의 256.3배에 달했다.
여성은 현재 흡연 중이고 오디트 점수가 20점 이상인 경우 자살을 생각하게 될 위험은 21.9배, 자살 계획을 세울 위험은 19.3배에 달했다. 흡연경험이 있으면서 오디트 점수가 8∼15일 때 자살을 시도할 위험은 104.6배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흡연은 알코올 중독 위험을 높이고, 자살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학계 정설"이라며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지만 흡연과 기분장애, 자살위험 사이에 병태생리학적으로 관련이 있어 평소 음주와 흡연을 병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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