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9집 ‘우먼’ 발매… “단점 보다 장점 키우려 노력”

“또각또각”. 여성의 힘찬 구두굽 소리로 노래는 시작된다. “여자다운 것 강요했던 그때, 여자다움 몰랐었던 그때, 이젠 알아 진짜 필요한 그것”. 가수 보아는 24일 낸 9집 ‘우먼’의 동명 타이틀곡에서 우리 사회의 견고한 유리천장에 막혀 움츠러든 여성들을 응원한다.
둥둥거리는 묵직한 비트에 얹힌 보아의 쭉 뻗는 시원한 보컬이 곡에 힘을 불어넣는다. 보아는 “진정한 우먼. 그럼 널 보여줘”라고 외친다. 그의 노래에서 여성은 ‘있는 그대로’ 빛난다. 보아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SM타운에서 연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멋진 노래를 쓰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뮤직비디오는 시작부터 파격이다. 보아는 댄서들에 들려 물구나무 선 듯 퍼포먼스를 꾸린다.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전복의 은유로 비친다. 보아는 “‘우먼’이 요즘 워낙 민감한 단어가 돼 앨범을 기획할 때 조심스럽긴 했다”고 솔직한 속내도 털어놨다. 그는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제2의 나로 사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날 더 발전시키자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도 말했다.

보아의 신작 발매는 2015년 8집 ‘키스 마이 립스’ 후 3년 만이다. 9집엔 ‘홧김에’ ‘리틀 모어’ ‘이프’등 보아가 만든 자작곡 4곡을 포함해 모두 10곡이 실렸다. 보아는 2000년 1집 ‘아이디 피스 비’로 데뷔했다. 열 네살 때였다. 데뷔 초 ‘아틀란티스 소녀’(2003) 등 동화 같은 노래로 사랑받은 보아는 해를 지나며 당당한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마이 네임’(2004)으로 제 목소리를 찾고 ‘걸스 온 탑’(2005)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상을 제시했다. 여성의 주체적 목소리를 찾기 어려운 K팝 시장에 단비 같은 시도였다.
어느덧 서른둘이 된 보아는 새 앨범에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사는 ‘미생’을 위한 곡(‘노 리미트’)도 실었다. 보아는 쇼케이스에 ‘우먼’ 무대를 보여준 뒤 “이젠 힘들다”며 엄살을 부렸지만 아직도 무대가 즐겁다. 보아는 “가수라서 행복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시선이 건강했다. 보아는 “가령 (가수로서) 키가 작은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후배 가수들에게도 ‘단점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장점을 더 극대화하자’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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