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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자율경영"서 돌변한 정부... 회장 선출, 미궁 빠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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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자율경영"서 돌변한 정부... 회장 선출, 미궁 빠지나

입력
2018.10.25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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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정기이사회 개최… 지주 회장ㆍ은행장 겸직 여부 확정될 듯 

[저작권 한국일보]우리은행 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우리은행 _김경진기자

“스스로 바람직한 지배구조를 만들어달라. 우리은행은 완전한 자율 경영에 나서게 됐다.”(2016년12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우리은행 지분 18% 이상을 보유한 정부로선 당연히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2018년10월 최종구 금융위원장)

우리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2년 새 180도로 바뀌면서 내년 초 금융지주 전환을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의 지주사 회장 선출이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6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지주사 회장 후보 선출 절차 등을 논의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최대 관심사인 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 겸임 여부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 회장과 은행장 겸직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겸직을 주장하는 쪽은 △새로 출범할 우리금융지주의 은행 비중이 여전히 90% 안팎으로 절대적인 점 △지주 출범 후 조직을 안정시킬 필요가 큰 점 등을 내세우고 있다. 겸직이 허용되면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회장 겸임 가능성이 높다. 외부 인사가 올 경우 지주사 전환 초기부터 낙하신 인사 등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노조도 손 행장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한 교수도 “자회사를 서로 연결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출범했던 한국씨티금융지주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도 결국 성과를 못 내고 은행에 흡수ㆍ합병된 바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분리론은 지주 회장은 은행 외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인수ㆍ합병(M&A)을 추진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전념해야 한다는 점, 다른 금융지주사도 은행 비중이 높지만 모두 분리돼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은행장을 겸직하면 제왕적 회장이 나타날 수 있다”며 “회장과 행장이 분리돼 칸막이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이사회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적합한 회장 후보를 찾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손 행장이 최종 후보에 오르면 자연스레 회장을 겸직하고, 그렇지 않으면 분리할 수도 있다. KB금융지주처럼 지주체제 초기엔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다 조직이 안정된 뒤 은행장을 분리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정부의 개입 여부다. 최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주주권 행사와 관련, “구체적인 방식은 생각하지 않았지만 정부로선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사실상 행장 인선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는 임 전 위원장이 우리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 전 위원장은 2년 전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29.7%를 과점주주 7곳에 매각한 뒤 곧바로 ‘우리은행의 자율 경영 보장’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간 정부가 우리은행 경영에 개입하는 통로로 작용했던 예금보험공사와 우리은행 간 맺어진 경영정상화 이행약정(MOU)을 해지하고 행장 선임 때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특히 행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는 차원에서 행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릴 땐 아예 정부측 인사인 예보 비상임이사는 임추위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반면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최대주주로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사회 참석을 시사한 상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은행 민영화 취지를 살려 단순 재무투자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만 정부 지분이 이용돼야 하고 정부가 특별히 입김을 넣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손 행장 외 회장 후보로는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전 신한은행장),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지낸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선환규 예보 감사, 김종운 전 우리금융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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