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A요양원 대표는 자신의 벤츠 승용차 리스 보증금과 월 사용료, 보험료 등 7,700만원을 요양원 운영비에서 꺼내 썼다. 그는 나이트클럽 술값, 골프장 이용료, 가족들의 여행비, 자녀 교육비 등도 운영비로 충당했다. 경기 수원시 B요양원 대표는 성형외과 진료비, 골프장 이용료, 유흥비, 손자들의 의류와 장난감 구입비 등을 운영비에서 냈다. 일도 하지 않는 원장 아들을 서류에 부원장으로 올려놓고 매달 급여 500만원을 지급한 곳도 있었다.
민간 노인요양보호시설(이하 요양원)은 운영비의 80%를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수가로 받고, 환자 보호자가 20%를 부담해 운영된다. 국민 재정이 막대하게 투입되고 있지만 2008년 제도 시행 이후 제대로 된 전국적인 회계감사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위의 사례는 경기도 감사관실이 지난해 8월 도내 노인요양시설 216곳에 대해 회계감사를 벌인 결과로, 이 중 111건, 총 305억여원에 달하는 회계부정이 확인됐다.
정식 감사는 아니지만 보건복지부가 올해 1~5월 전국 약 1,000개 민간 요양원을 현지조사한 결과 94.4%에서 부당행위가 적발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민간 요양원 1만9,000여곳에 대해 엄정한 감사를 실시해 비리 요양원의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와 완전히 닮은꼴이다.
민간 요양원에서 6년 가까이 일한 전지현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민간 요양원의 비리 행태를 고발했다. 전 사무처장은 “‘요양원 3년 운영하면 빚을 갚는다’고 원장들이 직접 자랑을 한다”고도 말했다.
민간 요양원에서 비리가 판을 치는 이유는 제대로 감독하는 곳이 없고, 사법기관도 처벌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 사무처장은 “(정부 돈이 들어가는데)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A요양원의 경우 원장이 업체를 통해 식자재 구입비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법으로 5년간 20억원을 횡령해 경찰에 고발됐지만 경찰은 개인 돈이어서 횡령죄가 성립이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A요양원은 각종 비리 의혹에도 건강보험공단의 시설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일정한 자격 없이 아무나 민간 요양원을 낼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전 사무처장은 “건물주면 요양원을 낼 수 있고, 원장은 요양보호사 5년 이상, 사회복지사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어르신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등 최소한의 기준을 지켜 고용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설립자에게 어떤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 사무처장은 “시설장들이 ‘내 재산인데 왜 너희들이 난리야. 왜 정부가 회계 시스템을 만드냐’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관리감독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 1.1%에 불과한 국공립 요양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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