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자녀의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루, 정치편향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따졌고, 여당은 의혹에 대한 해명 기회를 제공하며 도덕성 검증보다는 정책 능력 검증에 주력했다.
◇장남 위장전입… 8학군 진입 대표 케이스 vs 폭력 체벌로 진학
우선 논란이 된 부분은 조 후보자 장남의 위장전입 부분이었다. 조 후보자는 1994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거주했지만 같은 해 강남구 압구정동으로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옮겼고 결과 조 후보자의 장남은 강남 8학군에 배정 받았다. 그는 “국민께 사과를 드린다. 당시에는 충분한 생각을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체벌과 학교 폭력 등에 대한 충격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움이 있어 친한 친구가 있는 학교로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사회지도층으로 내 자식은 체벌과 폭력이 있는 학교로부터 탈출시키는 권한이 있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치되는 상황이 계급화를 낳는 거 아니냐”며 “환경정의를 세운다면서 사회정의, 교육정의에는 눈을 감은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장남의 명의를 빌려 아파트를 매매했다는 의혹에 대한 야당의 집중 포화가 이어졌다. 장남은 만 21세였던 2004년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강변아파트를 8,000만원에 매수했고 이듬해 3월 팔았다. 조 후보자는 독립 생계유지를 이유로 가양동 강변아파트 등 장남의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임의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장남이 외교부에서 3개월 근무한 게 고작이고 120만원 소득이 다 인데 아파트를 어떻게 살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장남이 영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려고 했고, 장남이 집을 마련해달라고 해서 장남이 모은 돈 1,000만원에 부인의 적금 2,000만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전세를 끼고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장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뒤가 안 맞다. 살 집을 전세 끼고 사느냐”며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장남 명의로 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차남의 증여세 탈루… 몰랐다는 거 설득력 없어 vs 처음 알았다
차남의 증여세 탈루에 대해서도 질타를 받았다. 조 후보자 차남은 지난 2016년 외조부와 후보자로부터 각각 4,800만원과 5,000만원을 증여받았는데 2년 동안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다가 조 후보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인 지난 8일 증여세 976만원을 냈다. 조 후보자는 “이번에 증여세 대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사주거나 몇 억원 정도 현금을 주지 않는 한 세무서에 가서 증여세를 신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몇 천만 원 무심히 줬다고 답하는 것이 오히려 정직하다고 본다. 증여세를 내야하는 것을 이제까지 몰랐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만 두 살 손자가 보유한 예금 2,200만 원의 출처를 묻는 질문에 조 후보자가 "저와 직계가족이 준 차비 등을 모은 것"이라고 답하자 여당 의원들은 "두 살짜리에게 2,000만원을 차비로 주냐. 두 살 짜리가 차비가 필요할 일이 뭐가 있냐"며 쏘아붙이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 정치 편향 vs 시민단체 활동 당시 한 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특정 정치인 지지 모임 가입 여부를 놓고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환경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재직 당시 보수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SNS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조 후보자가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해당 조직을 정치적 중립성을 띤 채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임이자 의원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캠프에서 역할을 맡은 바가 없다고 서면 답변했다”며 "하지만 실제 조 후보자는 박원순 서울 시장을 지지하는 희망새물결상임대표 등을 맡은 것을 지적하면서 위증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시민단체 활동 당시에는 편향적인 글을 쓴 것 같다"면서 "공직자 후보 입장에서 균형감각이 없는 글을 쓰게 돼 죄송스럽다"고 답변했다.
한편 조 후보자가 현안에 대해 “여러 모로 검토하고 결정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면서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은 오히려 예전 소신을 가졌던 태도보다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정미 의원은 “환경부 장관은 친환경으로 가는 원칙과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내놓은 답변들이 실망스럽다”며 “새만금, 흑산공항 문제에 대해 소신이 없다는 건 위장전입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도 “조명래 교수가 장관 후보자가 된 만큼 임명권자의 정책기조인 보 개방 등에는 확실한 의견을 내야 한다”며 “새만금, 흑산공항 등에 대해 전임 장관도 소신 있게 할말 다 했다. 후보자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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