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드루킹’ 김동원씨 측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댓글조작 대가로 일본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특검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 심리로 열린 드루킹 일당 9명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 첫 공판에서 피고인 신문조서와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씨는 측근인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영사관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 조직의 가치를 걸고 김 지사에게 청탁을 넣었다. 최후의 카드까지 쓰려고 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도 변호사는 “일본 대사로 가고 싶다고 한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경공모)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다” “김 지사가 저희 공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거추장스럽게 여겨 토사구팽 당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하고 있는 뉴스 작업을 모두 중단하고, 지방선거 작업은 하지 않겠다고 김 지사에게 통보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씨는 “우리 측의 거사와 관련해 방해가 있을 경우 김 지사가 책임지고 방어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지사 측은 수사 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실도 몰랐다”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영사직을 제공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특검은 지난 8월 말 김 지사가 김씨와 공모해 2016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킹크랩(자동 입력ㆍ반복 프로그램)’을 이용해 댓글을 조작하고, 6ㆍ13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드루킹 일당이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재벌기업을 인수합병해 얻은 수익금으로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운 사실도 공개됐다. 김씨가 작성한 경공모 소개 문건에는 “동학농민혁명군처럼 혁명을 위한 조직으로 일사불란한 의견과 행동, 조직 등을 갖췄다”거나 “정치적 비밀결사체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경제적으로는 재벌을 대신해 기업을 소유하면서 국가와 소통하고, 한민족의 통일을 지향하며 매국노를 청산한다”는 규약 등이 담겼다. 문건에는 김씨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경제 혁명에 성공하고 사람 사는 세상의 원칙을 만들 수 있다면 생물학적 목숨도 얼마든 걸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적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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