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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새 잡아먹는 ‘슈퍼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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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새 잡아먹는 ‘슈퍼 쥐’

입력
2018.10.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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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환경정책연구소 (IEEP, Institute for European Environmental Policy)
유럽환경정책연구소 (IEEP, Institute for European Environmental Policy)

일명 ‘슈퍼 쥐’로 불리는 약 25cm 크기의 거대한 쥐가 고프섬(Gough Island) 바닷새를 위협하고 있다. 대서양 중부에 위치한 고프섬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바닷새 서식지 중 하나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화산섬이다. 인적이 드문 이곳은 1,0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와 트리스탄 알바트로스(Tristan albatross)같은 희귀종이 20종 가량 서식해 생태학적 연구 가치가 뛰어나다. 하지만 대형 쥐의 등장으로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고프섬의 평화도 깨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에 따르면 고프섬의 쥐들은 매년 수백만 마리 조류알과 살아있는 병아리를 먹어 치운다. 19세기 선원들의 배에서 탈출한 쥐들은 고프섬의 제한된 먹이, 또 포식자 없는 환경 등으로 100년간 빠르게 진화해왔다. 때문에 일반적인 쥐들보다 약 50% 더 크고 무거운 ‘슈퍼 사이즈’로 자랐다. 어미 바닷새는 슈퍼 쥐들보다 300배 더 무겁지만 쥐의 생존능력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아일랜드의 코크대(University College Cork) 앤서니 카라바지(Anthony Caravaggi) 교수는 “둥지 속 새끼 새들은 작고 탈출 경로가 없기 때문에 쥐들에게 상대적으로 쉬운 먹잇감이 된다”며 “쥐들은 점점 더 크기를 키워 바닷새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립 남극 프로그램 (SANAP, South African National Antarctic Programme) 홈페이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립 남극 프로그램 (SANAP, South African National Antarctic Programme) 홈페이지

특히 멸종 위기종인 트리스탄 알바트로스의 새끼를 잡아먹는 것은 큰 문제다. 현재 알바트로스는 2,000쌍만이 존재하고 있는데, 이들은 평생 짝짓기 해서 2년마다 겨우 하나의 알을 낳는다. 카바라지 교수는 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알바트로스는 멸종될 것이며, 다른 종들도 곧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라 암시했다.

고프섬의 주인인 바닷새는 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이곳 새들이 육식동물이 존재하지 않는 섬에서 진화해왔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동안 멸종 위기종의 60%가 섬에 거주했다는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또 일 년에 두 번 세대가 교체되면서 생존해나가는 쥐들과는 다르게 바닷새는 평균 10년 주기를 거친다. 즉, 온실 속의 화초로 자라온 조류가 공격자를 대비할 행동 반응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바닷새 멸종을 막고자 인간이 ‘쥐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왕립조류보호협회(RSPB)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쥐약이 포함된 곡식을 살포할 예정이다. 곡식 안에는 항응고제가 함유돼 이를 먹은 쥐는 24시간 안에 죽는다. 협회 측은 2021년까지 고프섬 슈퍼 쥐를 박멸할 계획이라 밝혔다.

전근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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