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 개편의 ‘뜨거운 감자’인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을 높일수록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이 훨씬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입기간과 소득에 따른 납부금액을 고려하면 고소득층에 돌아가는 혜택이 더 크다는 것이다.
23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를 토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로 감액 △45% 유지 △50% 인상 시나리오에 따른 급여 혜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가입기간과 소득에 따른 차이가 컸다.
현행 제도 설계상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40%로 완성되는 2028년 가입자를 기준으로, 월 평균 소득이 227만원(올해 가입자 평균소득)인 가입자가 40년을 가입하면 소득대체율에 따라 △91만원(40%) △102만원(45%) △114만원(50%)을 각각 받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의 연금 가입기간이 25년에 그치면 소득대체율에 따른 월 연금수령액은 △57만원(40%) △64만원(45%) △71만원(50%)으로 줄어든다. 40년 가입자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50%로 인상될 경우 40%일 때보다 월 연금이 23만원이 늘어나는 반면 25년 가입자는 상승폭이 14만원에 그친다. 단지 금액만이 아니라 비율로 봐도 장기가입자의 인상폭이 조금 더 많다.
문제는 소득 수준에 따라 가입기간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윤 의원은 “노동시장 구조상 비정규직ㆍ영세자영업 등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층은 연금 납부기간이 짧을 수 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의 급여를 국민연금의 소득비례 기능으로 보완해줘도, 소득이 높고 가입기간이 긴 사람일 수록 인상액이 많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혜택이 더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급여는 자신의 소득에 연동된 비례급여가 절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연동된 균등급여가 절반으로 계산된다.
실제 국민연금의 가입기간과 소득을 동시에 고려하면 소득대체율 인상 효과는 고소득층에 더 유리하게 나타난다는 게 윤 의원의 분석이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면 월 평균 급여가 100만원인 가입자 A씨가 10년 가입 시 추가로 받는 연금액이 4만원인데, 최고소득자(월 평균 급여 468만원) B씨가 40년 가입한다면 35만원이 된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낸 돈을 제외하고 추가로 얻는 이익인 순혜택도 소득과 가입기간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A씨는 순혜택이 3,236만원에 그치지만, B씨는 1억8,594만원으로 6배 가량 많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연금이 저소득층에 오히려 역진적이라는 뜻이어서 소득대체율 인상이 대선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와 여당의 고민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한 국민연금 개혁이 고임금 장기근속 노동자와 저임금 단기근속 노동자의 노후소득 양극화만 더 부추길 거라는 비판도 있다. 윤 의원은 “소득대체율 인상을 통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저소득 가입자의 가입기간을 보정해주는 지원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 방법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적금이 아니라 노후라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이어서 소득구간별로 받는 혜택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 보다는 평균수명에 따른 혜택 차가 더 크고, 이는 유족연금으로 보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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