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등 공범 기재… 이르면 25일 영장 심사
검찰이 23일 재판거래 등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5일 첫 소환 이후 8일 만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6월 시작된 사법농단 수사 이래 1호 구속 피의자가 될 테지만, 이미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단박에 기각한 바 있는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미지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공무상 기밀누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죄명을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전직 대법관들도 임 전 차장과 공범으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죄명마다 복수의 범죄사실이 담겨 있어 실제 임 전 차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더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에 개입한 혐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사건 관련 행정소송 서류 대리 작성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법관 사찰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상대 소송 서류 대필 △대법원 비자금 조성 △일선 재판부의 한정위헌 취지 위헌제청결정에 취소 외압 △부산 법관 비위 무마 등 영장에 기재된 혐의만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 수뇌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정 사건에 대한 검토를 지시한 행위 자체가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는데다,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최종적으로 재판에서 다퉈야 할 혐의는 수십 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대법원 자체 진상 조사에서도 의혹 당사자로 지목된 임 전 차장이 조사 과정에서 책임을 모두 미루고 있고, 차명 휴대폰까지 발견돼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점을 감안해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네 차례에 걸친 검찰 소환 조사에서 불리한 정황과 증거, 진술 등이 제시됐을 때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는 등 부인 또는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윗선’인 양 전 대법원장 등 과거 대법원 수뇌부도 유사한 전략을 택하고, 법원행정처 심의관 출신 전ㆍ현직 판사들도 기존 진술을 번복할 수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차장 구속 여부는 이르면 2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 앞서 9월 유 전 수석연구관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6가지 혐의를 적용해 1호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는 대부분 죄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장문의 사유를 적어 기각한 바 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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