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의결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北과 교환절차 후 정식 공포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9월 평양공동선언’과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이 23일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곧바로 비준안을 재가했고, 청와대는 군사분야 합의서의 경우 북측과 교환 절차를 거친 뒤 정식 공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해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상정된 두 합의서 비준안과 법률 개정안 등을 심의ㆍ의결했다. 이어 오후에는 문 대통령이 두 합의서 비준안을 재가했다. 두 합의서 중 평양공동선언은 2, 3일 내 관보 게재 절차를 거쳐 정식 공포되지만 군사분야 합의서는 북측과 문본(합의서) 교환 일정을 잡아야 해 공포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사분야 합의서는 6조에 쌍방이 서명하고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 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합의서 비준과 관련, “남북관계의 발전과 군사적 긴장 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더 쉽게 만들어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 위기 요인을 없애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무엇보다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왔던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남북은 평양공동선언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영변 핵시설 폐기 관련 합의 및 남북관계 개선 방안 등을, 군사분야 합의서에는 남북의 육ㆍ해ㆍ공 모든 공간에서의 일체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협의 방안 등을 담았다. 정부는 두 합의서 정식 비준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북한과 국제사회 등에 표방하며 남북 및 북미대화를 촉진하는 효과를 노렸다.
앞서 법제처는 “(9ㆍ19) 평양공동선언은 (4ㆍ27) 판문점선언 이행의 성격이 강한데, 판문점선언이 이미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고 있어 평양공동선언은 따로 국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국무회의 비준 길을 터줬다. 군사분야 합의서의 경우 남북관계발전법 상 국회가 비준 동의권을 갖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 동의 절차 대신 두 합의서 비준안을 국무회의에 상정, 의결하기로 했다.
다만 남북관계 개선 정도와 비핵화 협상 속도 차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행조치로서 부속적 성격을 지닌 평양공동선언을 먼저 비준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분야 합의서의 경우 이번 비준으로 한미 간 불협화음이 다시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공동선언은 판문점선언을 이행하는 성격도 있지만 그 자체로 독자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이 문서에 담긴 내용 자체로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남북 간의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비준)하는 것”이라며 “합의한 내용들이 약속한 시한이 있는 것이고, 그 시한에 맞춰 약속을 이행한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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