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40) 총감독이 이끄는 봅슬레이ㆍ스켈레톤 대표팀 선수들이 울상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확 줄어든 정부와 기업 지원으로 훈련 환경이 크게 열악해 지면서다. 평창올림픽 이후 첫 시즌(2018~2019)을 준비하면서 선수들은 강원 평창군에 설치된 트랙은 물론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은 “이러다 10년 전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감독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2019시즌 미디어데이에서 “봅슬레이ㆍ스켈레톤에 대한 정부 예산이 70% 삭감돼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순차적으로 감소한다면 다른 쪽에서의 지원이라도 알아볼 텐데, 갑자기 크게 줄어 훈련계획 짜기조차 버겁다는 게 이감독 얘기다. 그는 “지난해까진 평창 슬라이딩센터에서 적응 훈련을 했지만 지금은 적응 훈련을 할 곳도 없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ㆍ스켈레톤이 좋은 성적을 내자 다른 나라에선 훈련장을 쉽게 내주지 않는 등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감독은 “캐나다 휘슬러는 내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열려있는 상황이라 훈련이 가능하지만, 유럽의 경우 훈련 신청을 했는데 일주일 전 갑자기 훈련할 수 없다고 통보가 와 당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8월 봅슬레이ㆍ스켈레톤 대표팀과 현대자동차와 후원 계약이 끝나면서 국산 썰매 개발도 중단된 상태로, 썰매 노후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감독은 “다른 국가 선수들은 2년 주기로 썰매를 바꾸는데 4인승 썰매의 경우 벌써 3년이 지났다”며 “썰매 운송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훈련에 어려움이 더해졌다”고 했다. 현재로선 이들이 사용할 아이스 스타트 훈련장도 없고,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연습했던 10년 전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이감독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수들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강원도청 소속 몇몇 선수들은 실업팀 지원으로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지만, 국가대표팀 전체가 함께 훈련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원윤종은 “선수 중 가장 맏형으로 후배들에게 ‘올림픽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지만, 경기장이 있어도 주행 훈련을 할 수 없는데다 훈련일수도 턱없이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이감독은 “올 시즌에도 금메달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시즌 성적은 가늠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월드컵을 거치면서 체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최종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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