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9월 평양 공동선언’과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안을 심의 의결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완화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의 역사적 합의에 대한 구속력을 강화함으로써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다. 수일 내 관보 게재와 함께 효력이 발휘되는 두 합의서만큼은 정권 교체에 따라 흐지부지됐던 과거 남북 합의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두 합의서를 서둘러 비준하는 데는 판문점 선언 이후 6개월가량이 흘러 남북 합의 이행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국회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교류ㆍ협력 추진을 명시한 평양선언의 비준에는 남북경협을 가속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한 양묘장 10곳의 현대화를 추진키로 합의한 남북 산림회담의 성과에 고무된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이행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연내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도 안정적 남북관계가 한반도 평화번영의 토대라는 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 속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북미 사이에 비핵화 협상 속도를 둘러싼 난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남북관계의 과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내년 1월 1일 이후로 분명히 함으로써 북미 갈등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북관계도 비핵화에 맞추라는 미국의 압박이 더욱 가중될 소지가 다분한 가운데 남북관계 속도를 무리하게 가속화한다면 한미동맹의 불협화음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판문점선언의 비준 동의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양선언의 비준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회 무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한국당이 선후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문제에서 양단간 결정부터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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