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10일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에 대한 수준 이하의 질의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국감에서 이번엔 또 어떤 질의가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이날은 한국 야구를 관장하는 KBO 총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보기엔 놀라운 답변이 쏟아졌다.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과 관련해 지난 9월 10일 정 총재의 기자회견 내용을 상기하는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선수 선발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사과를 했다. 선수 선발은 원칙적으로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정 총재는 전임 감독제를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어느 쪽이 낫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 전임 감독제를 찬성하지는 않는다. 상비군이 없다고 한다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아마추어 선수를 한 명도 뽑지 않은 데 대해서도 정 총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 우승하겠다는 일념으로 프로 선수들을 발탁했다. 아마추어 선수들도 몇 명 포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 감독을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손 의원의 질의는 계속됐다. “조 토레나 왕정치처럼 스타 선수 출신 감독도 있지만, 아닌 케이스도 있지 않나?"라고 유도하자 정 총재는 조범현 전 KT 감독을 예로 들며 “스타가 되지는 못했으나,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우승을 이끈 훌륭한 감독이다. 반대의 케이스도 있다. 미국의 테드 윌리엄스가 있었다. 선수로 잘하고, 감독으로 못한 사람도 있었다"라고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손 의원이 “선동열 감독이 집에서 TV로 선수들을 본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정 총재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야구장에 가지 않고, 집에서 보는 것은 경제학자가 시장에 가지 않고, 지표 가지고 정책을 대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비유해 가며 선 감독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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