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만 12조원 달해
롯데그룹이 앞으로 5년간 50조원을 새롭게 투자하고 7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23일 발표했다. 8개월여의 수감을 끝내고 이달 초 석방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으면서 총수 부재로 주춤했던 롯데가 본격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롯데는 우선 첫해인 내년 약 12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과 ‘빅딜’로 석유화학 회사들을 인수했던 2016년 투자금액인 11조2,000억원보다 많은 사상 최대 규모다. 5년간 전체 투자는 그룹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 부문에 집중될 예정이다. 화학과 건설 부문에 전체 투자액의 40%, 유통 부문에 25%가 배분됐다.
화학 부문에는 그동안 업계의 관심을 끈 약 4조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반텐주 나프타분해시설(NCC) 건설 계획이 포함됐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신뢰 관계가 돈독하기 때문에 조만간 투자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완공 예정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에틸렌 공장과 국내 플라스틱 재료 생산 거점인 여수와 울산, 대산 지역에도 설비 투자를 지속해 경쟁력을 높여갈 예정이다.
화학 부문 투자 비중이 월등히 높은 데 대해 업계에선 롯데가 화학제품 다양화를 위한 인수합병(M&A)에 앞으로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2년여 전 롯데케미칼은 미국 화학기업 액시올을 인수하려다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포기했다. 인수에 성공했다면 화학 분야 세계시장 24위에서 10위로 뛰어오를 수 있었기에 롯데케미칼로선 비슷한 M&A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왔지만, 온라인에선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롯데는 자체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금액의 25%를 유통 부문에 집중시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7개 유통 계열사들이 각각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객들의 온라인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계열사별로 보유하고 있는 고객 구매 데이터도 함께 통합해 계열사 간 경계 없는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3,800만명에 달하는 국내 회원들의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법으로 분석해 고객 개인별 맞춤형 마케팅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열사별 물류와 배송 시스템 역시 통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한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완성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롯데쇼핑 이사회는 O4O 전략을 실현할 e커머스 사업본부를 현 서울 을지로4가 본사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하기로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각종 계열사 본사와 오프라인 매장이 집결돼 있어 통합 온라인몰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고 롯데쇼핑 측은 설명했다.
이커머스 분야는 롯데의 향후 고용 계획의 중심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올해(1만2,000명)보다 약 10% 많은 1만3,000명 이상의 인력을 뽑을 예정인데, 이커머스에서 특히 많은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롯데지주는 예상한다.
롯데는 또 식품 부문에 AI 기술을 접목한 신제품 개발을 확대하고, 호텔과 면세점 사업을 담당하는 ‘관광 서비스 부문’에서는 국내외 사업 확대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신 회장은 경영 복귀 후 참석한 첫 주간회의(8일)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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