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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외국인 노동자 감축의 조건

입력
2018.10.23 14:25
수정
2018.10.23 15:5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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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건설노동자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반대시위를 열었다. 건설현장, 특히 지방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고용하다 보니 내국인들에게 기회가 크게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공공건설 현장 내 불법고용을 단속한다고 발표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고 있는 건설업계는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 반발하고 있다. 누구 말이 옳은가?

외국인 근로자는 올 6월 말 기준 102만명이다. 법무부가 32만명으로 추계하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하면 134만명에 달한다. 노동시간이 긴 탓이 있으나 외국인 노동자의 46.9%는 월평균 200만~300만원을 벌고 있다. 참고로 내년 우리의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170만원이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소비 효과는 다소 있으나 해외 송금액도 크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외국에 송금한 개인 이전소득지급이 2016년엔 14억8,000만달러, 2017년 34억4,000만달러로 급격히 늘고 있다.

한편 올 9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8.8%이며 청년 실업자는 37만8,000명에 달한다. 그나마 올 초의 기록적인 11.6%보다는 낮아졌다. 취준생과 알바생처럼 실업률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를 포함하는 청년 체감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이런 통계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는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를 줄이면 해당 분야의 임금이 올라 영세 사업자는 문을 닫을 위험이 크다. 내국인 고용 확대 의도에도 불구, 기업이 망해 버리면 고용이고 뭐고 오히려 사업자만 도산시킨 셈이 된다.

따라서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를 많이 쓰는 사업자들이 임금 상승에 버틸 여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기준은 국제 경쟁이다. 만약 해당 사업자가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면 임금 상승을 버틸 여력은 없을 것이다. 반면 대외 경쟁이 제한된 서비스 분야에선 그나마 좀 버틸 가능성이 생긴다. 제조업에선 외국인 노동자를 줄여 임금이 오르면 중국의 저가 공세에 굴복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는 외국과의 경쟁이 제한적이므로 임금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하락을 우려할 필요는 적다. 단, 임금이 오르면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소비가 감소하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가 가격 상승에도 불구, 서비스를 계속 구매하면 사업자는 생존하나, 소비자가 서비스를 외면하면 사업자는 도태된다. 따라서 소비자가 가격 상승에 민감한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를 줄이기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감축 분야는 다음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첫째, 임금이 올라도 외국 기업에 밀려 도태될 위험이 적어야 한다. 예컨대 건설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불허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된다 해도, 중국의 건설사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중국 단순노무 인력을 수입해 쓸 수는 없다. 따라서 건설업은 이 첫 번째 조건은 충족한다. 둘째, 임금상승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도 불구, 수요 감소가 크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외국인 노동자 감축시 노무단가 상승으로 건설공사 발주가 급감한다면 외국인 노동자 감축은 적절치 않다. 반면 노무단가 상승에도 불구, 공사 발주에 별 영향이 없으면 외국인 노동자 감축은 고려할 만하다. 물론 임금이 오르면 국내 인력이 일하러 올 것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통계청에 따르면 학교를 졸업하거나 중퇴한 청년층 중 건설현장이나 음식배달 등 단순 노무에 종사하는 인력이 올 5월 기준 25만3,000명으로 그 비중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 감축은 국내인력의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해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후생 감소와 생산자의 이윤 감소를 희생하는 결과이다. 국민의 선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외국인 노동자 정책은 미래의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요는 산업별로 다른 접근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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