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민간 위탁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어린이집 운영위원이었던 학부모 A씨는 2년 전 원장이 66만원짜리 고급 원목교구를 구입한 것처럼 보고하고 실제로는 1만원 가량의 플라스틱 교구만 비치한 것을 발견하고 시청에 감사를 요청했다. A씨는 “시청 아동보호과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조치가 없어 시장에게 직접 호소했지만, 다음엔 감사과에서 시찰 한번 나가지 않고 ‘서류상 문제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고 분개했다.
용인의 민간 어린이집 교사였던 B씨도 원장이 식자재를 자기 집으로 빼돌리고 유통기한이 지난 간식을 주는 등 급식비리가 심각한 데 불만을 품었으나 신고를 하지 못했다. B씨는 “구청에서 감사를 나오기 전에 전화를 해주고, 원장은 문제가 될 만한 식재료를 자기 차에 옮겨두었다가 다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린이집 비리를 감시해야 할 지자체 공무원이 오히려 원장과 유착관계를 형성해 교사나 학부모가 공익제보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정부가 어린이집 2,000곳에 대한 집중점검을 실시할 때 관할 지역 공무원의 개입을 배제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덕철 차관 주재로 17개 시·도 어린이집 담당 국장 긴급회의를 열고, 지난 17일 발표한 어린이집 집중점검에 대한 시행 계획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이날 회의에서 어린이집 비리를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철저히 조사하고 행정처분도 엄정히 집행하겠다는 의지를 참석자들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번 집중점검은 최근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로 촉발된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이다. 복지부와 지자체가 협조해 연말까지 부정수급 가능성 높은 어린이집 2,000여곳을 점검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어린이집을 조사하기로 돼 있다. 이를 위한 점검팀은 광역 지자체인 시·도에서 직접 주관해 구성·운영하고, 조사대상 어린이집을 직접 관할하는 시군구 담당자는 배제하는 ‘교차 점검’ 방식으로 실시키로 했다.
권 차관은 “어린이집 부정수급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최근에는 부당 수입·지출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커진 만큼 투명하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지자체는 신뢰받는 보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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