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과 동물권을 동시에 뜨겁게 달군 이슈가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시가 입양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행복이’(7세 추정ㆍ암컷)의 파양을 두고 불거진 책임 논란이다.
시작은 자유한국당 소속 안광환 성남시의회 의원이 이달 초 “이 전 시장이 도지사로 자리를 옮긴 뒤 행복이의 일상이 너무나 달라졌다”고 비판하면서부터였다. 필요 없어지니 파양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지사가 행복이를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지사는 행복이의 입양은 성남시가 한 것으로 퇴임 시장이 시 소유 유기견을 데려간다면 공용물 절도죄로 처벌받을 일이라고 맞섰다. 이 과정에서 기관 입양을 보낸 동물단체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까지 커졌다. 급기야 동물단체는 시장이 바뀌어도 계속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성남시에 실망했고, 후임자에게 명확하게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이 지사도 야속하다면서 기관 입양에 대해 면밀히 살피지 못했다는 입장문까지 내놔야 했다.
관련 당사자들의 잘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건 행복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다. 행복이를 돌봐 온 성남시 공무원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시청 정문 옆에 살던 행복이는 외로웠다. 처음에 지냈던 시설이 너무 열악했기 때문에 환경은 나아졌지만 하루 한번 정도 산책 말고는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개여서 무료함은 더 컸을 것이다. 산책 이외에는 가끔 지나가는 시민들이 주는 간식을 받아 먹는 정도의 즐거움 밖에 없었다.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거나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는 주말의 외로움은 더했을 것이다.
물론 행복이의 거주상태는 원래 살던 개농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안락한 환경이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을 쓴다고 해도 일반 가정에서 사랑 받는 반려견으로 사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다. 정해진 예산 이외의 간식과 산책은 행복이를 사랑하고 챙겨주는 공무원이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했던 것이다.
행복이 말고도 기차역, 주민센터 등 기관으로 입양된 다른 동물들도 있지만 다 결말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기 부천시 역곡역에 입양된 고양이 ’다행이’는 결국 실종돼 관리는 하지 않고 홍보에만 치중했다는 비판이 컸다. 서울 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가 입양했던 유기견 ‘기르미’는 새끼 출산 후 성격이 예민해지면서 주민센터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4년이 지난 올해 여름에서야 한 주민이 입양했다고 한다. 주민센터 직원은 “기르미의 성격을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돌보는 직원들이 계속 바뀌고 민원인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환경에서는 기르미가 행복할 수 없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4년 전 행복이와 기르미가 입양됐을 때 “사람들과 함께 살며 사랑 받는 더 많은 행복이, 기르미, 다행이가 나오면 좋겠다”고 쓴 적이 있는데 이 점을 반성한다. 유기동물에서 벗어나는 것도, 유기동물 입양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것도 좋지만 그 동물의 행복부터 고려했어야 하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입양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행복이를 성남시나 경기도청에서 지금처럼 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행복이가 좋은 가족을 만나길, 또 이번 행복이 논란이 유기동물의 기관 입양을 보다 신중하게 추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