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신분보장 제도가 제식구 감싸기 악용”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법원 일반 공무원보다 판사가 훨씬 관대한 징계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법권 독립을 위해 법관 신분을 보장하는 제도가 판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판사 및 법원 공무원 범죄ㆍ징계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서울고법 A판사와 2014년 제주지법 B부장판사는 음주운전으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400만원을 선고받고 서면경고를 받았다. 서면경고나 구두경고는 직접적인 불이익을 주지 않고 ‘품위를 손상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경고하는 징계조치다.
그러나 올해 4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수도권 지방법원의 한 법원사무관은 이보다 훨씬 강한 감봉 2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은 법원공무원들은 최근 5년 사이 4명이 더 있었다.
또한 수도권 한 지원의 법원주사보는 2016년 음주운전 사건으로 벌금 900만원을 선고받고 해임됐지만 인천지법 C부장판사는 음주운전 관련 사건으로 비와 비슷한 벌금 800만원을 선고받았음에도 징계는 감봉 4개월에 그쳤다.
작년 7월 지하철에서 휴대폰으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서울동부지법 판사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고 법원으로부터 감봉 4개월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된 서울고등법원 한 관리서기는 2016년 내부징계 절차를 거쳐 해임됐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법관에 대한 징계처분은 정직ㆍ감봉ㆍ견책 3종류로 1년 정직이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법관은 사법권독립 취지에서 헌법 본문을 통해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않고서는 파면되지 않는다’고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채 의원은 “범죄ㆍ징계 사례수가 많지 않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사례로 볼 때 판사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며 “법관 징계 최고 수위가 정직 1년에 불과한 것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