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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약진ㆍ여성 작가 강세… 문학적 실험은 아쉬워

입력
2018.10.23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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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1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 작품 10편 선정 

제51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예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문학평론가 강동호 김형중, 소설가 권여선 성석제, 시인 박준, 문학평론가 정여울, 소설가 하성란씨. 고영권 기자
제51회 한국일보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예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문학평론가 강동호 김형중, 소설가 권여선 성석제, 시인 박준, 문학평론가 정여울, 소설가 하성란씨. 고영권 기자

2018년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작으로 한국 소설∙소설집 10편이 압축됐다. 구병모의 경장편 ‘네 이웃의 식탁’, 김금희 장편 ‘경애의 마음’, 김봉곤 단편집 ‘여름, 스피드’, 김숨 장편 ‘흐르는 편지’, 박민정 경장편 ‘미스 플라이트’, 박솔뫼 단편집 ‘겨울의 눈빛’, 임현 단편집 ‘그 개와 같은 말’, 정용준 장편 ‘프롬 토니오’, 최은미 장편 ‘아홉번째 파도’, 최은영 단편집 ‘내게 무해한 사람’(작가 이름 가나다순)이 본심에 진출했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성석제 권여선 하성란, 문학평론가 김형중 정여울 강동호, 시인 박준씨가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예심을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출판된 소설∙소설집 중 장르소설, 청소년소설, 앤솔로지, 개정판 등을 제외한 65편이 예심 대상이었다. 본심은 11월에 열린다.

심사위원들은 장편이 약진했다고 평했다. 본심에 오른 10편 중 6편이 (경)장편이다. “거대한 틀만 있었던 수준에서 장편이 조금씩 벗어나는 추세다. 미시 서사를 실핏줄처럼 채운 장편을 젊은 작가들이 활발하게 쓰고 있다. 고무적이다.”(A 심사위원) 장편 대작을 기다리는 문단의 ‘장편 대망론’이 드디어 실현될 조짐일까. “장편이 일상적 이야기를 맴도는 건 분명한 한계다. 장편 길이가 줄어드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B 심사위원) “장편과 경장편은 체급 자체가 다르다. 같은 장편으로 놓고 비교해도 되나 싶다.”(C 심사위원)

심사위원들은 작가들이 ‘새로운 시도’에 몸을 사린 점을 아쉬워했다. “인칭, 형식, 소재 등을 놓고 실험한 작품이 거의 없다. 서로 조금씩 다른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다양성은 부족하다.”(D 심사위원) “소설과 현실을 만나게 하는 것이 젊은 작가들의 관심인 것 같다.”(E 심사위원) 여성 작가 강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본심 진출 작가 중 7명이 여성이다. “문단 내 여성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만으로 뜻깊다.”(F 심사위원) “여성 작가들이 일상의 리얼리티 안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적대화∙타자화라는 단순한 시선에 머물러 있다.”(G 심사위원)


본심에 진출한 10편을 25일부터 한국일보에 소개한다. 다음은 예심에서 나온 간략한 평가.

▦네 이웃의 식탁= “일상적 관계의 폭력을 치밀하게 다뤘다. 이상한 낯섦이 매력이다. 서사를 탄력적으로 진행시킨 솜씨가 탁월하다.”

▦경애의 마음∙아홉번째 파도= “두 작품이 굉장히 다르긴 하지만, 클래식한 장편이라는 점에서 통한다. 엄청난 에너지와 품을 들여야 쓸 수 있는 소설들이다. 젊은 작가들이 이런 장편을 써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소설을 몰입해 읽는 즐거움을 맛보았다.”

▦여름, 스피드= “읽으면서 통쾌했다. 한국 소설의 낭만화한 퀴어 서사와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소설이 무엇인지를 작가가 고민한 흔적들을 봤다.”

▦흐르는 편지= “작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집요하게 취재해 소설 연작으로 쓰는 장대한 작업의 일부다. 그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한다.”

▦미스 플라이트= “한 사람에게 가해진 폭력의 원인과 맥락을 다층적으로 보여 줬다. 스튜어디스라는 어쩌면 뻔한 소재를 뻔하지 않게 썼다.”

▦겨울의 눈빛= “문체 실험의 측면에서 가장 앞선 작가다. 작가의 문장은 비문이 아니라 의도된 실험이다. 이전 소설들보다는 문장이 정리됐다.”

▦그 개와 같은 말= “자기 윤리의 미세한 층위를 건드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선악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삶을 성찰적으로 들여다봤다.”

▦프롬 토니오= “큰 스케일과 삶의 은유로 새로운 서사를 만들었다. ‘더 큰 세계를 지향하기’라는 소설의 역할을 잘 구현했다. ”

▦내게 무해한 사람= “세밀한 감정의 결을 소설적 말하기로 섬세하게 살피고 풀어냈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여전히 잘해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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