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유치원은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의 공영형 사립유치원인 ‘더불어키움유치원’으로 선정된 뒤 경영난에서 벗어났다. 유치원은 시교육청의 지원금을 이용해 낡은 교구와 시설을 말끔히 개선했다. 전문성 있는 교직원도 충원했다. 당연히 원아도 늘었다. 2016년 15명에 불과했던 원하는 1년 만에 50여명으로 늘었다. A유치원 관계자는 22일 “유치원이 공립만큼 좋아졌다는 소문이 나자 학부모들이 제 발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비리 사립유치원 공개 이후 ‘국공립유치원 확충이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날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근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돈(재정)이다. 서울 기준 공립 단설유치원 1곳을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100억원이다.
공영형 모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도입됐다. 사립에 공립 수준의 지원을 하되 기존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1곳당 많아도 8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공공성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개인이 운영하던 사립은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고, 정부 지원금에 대한 감독도 받는다. 공영형 사립인 B유치원 관계자는 “지원금을 어떻게 썼는지 3개월 마다 꼼꼼히 감사하기 때문에 비리가 생길 틈이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일찌감치 공영형 모델의 장점을 알고 도입을 추진해왔다. 교육부는 교육 공공성 강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지난해 초 ‘공공형 사립유치원’이라는 독자 모델을 선보였다. 같은해 5월 국정기획자문위 업무보고에선 ‘5년 안에 1,330개 학급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약 20곳을 운영하겠다던 교육부의 계획은 슬그머니 미뤄졌다. 사립유치원과 시도교육청 양측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4곳, 대구 1곳 등 총 5곳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개별 교육청 차원에서 지원한 것으로 아직 교육부가 직접 전환에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가장 큰 문제는 법인 전환에 대한 설립자들의 거부감이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립유치원 4,282곳 중 법인이 운영하는 곳은 515곳(5.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립 설립자들은 사업에 참여하려면 개인재산을 법인으로 전환하는데 더해 수익용 기본재산 출연까지 해야 한다. 경영난을 겪는 소규모 유치원 설립자로선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사업이 3년 단위인 것도 문제다. C유치원 관계자는 “공공형 사립유치원이 된다 해도 3년 후에 재정지원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사립 유치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영어교실 등을 운영해 수요를 충족하는데 공공형은 이를 완전히 차단해 향후 대비도 어렵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3년 후 교육부의 사업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한데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면 교육청과 유치원 모두 난감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교육부는 지난해 말 명칭을 ‘공영형’로 바꾼 뒤 규모를 줄이고 수익용재산 마련 등 참여조건을 완화해 사업을 재정비했다. 내년부터 최대 15곳을 운영하기 위해 현재 심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청들의 참여는 부진하다. 사립유치원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은 이번에도“재정 지속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불참했다. 울산교육청은 참여하겠다고 나섰지만 법인 전환 부담에 공모에 지원한 사립이 1곳도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법인 전환이 이뤄진다면 꼭 공영형 전환이 아니라도 각종 비리를 제거할 수 있는 만큼 법인 전환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