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다문화가정 가장이 새마을금고에 침입, 흉기로 직원을 찌르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에 붙잡혔다. 올 들어 6건의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이 발생했는데, 대부분 경제난 등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범인들이 현금이 많으면서도 보안이 취약한 새마을금고를 노려 모방범죄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북 경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22일 오전 9시25분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안강새마을금고 산대지점에 40대 복면강도가 침입해 직원 2명을 흉기로 찌르고 금고 안의 현금 2,000여 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가 3시간30여분만인 이날 오후 1시쯤 자신의 아파트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올 들어 전국적으로 6번째, 경북에서만 4번째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이다.
흉기에 찔린 직원은 인근 포항지역 의료기관으로 후송돼 치료 중이다. A씨는 범행 10여분 전부터 금고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화장실을 통해 침입, 창구를 지나 금고 쪽으로 가려다가 제지하는 직원을 찌른 뒤 금품을 털어 미리 준비해 둔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금고 내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등을 통해 A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현장 인근에 아파트에 있던 A씨를 붙잡았다. 그는 동남아지역 여성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다문화가족의 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덤프트럭을 구입하느라 많은 비용이 들었지만 일감이 없어 생활고를 겪어왔고, 동창생이 지점장으로 있는 새마을금고를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A(46)씨는 검거 당시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해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경찰은 A씨를 병원으로 후송해 위 세척 등의 치료를 받게 했다. 경찰은 A씨가 의식을 찾는 대로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키로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새마을금고 상대 강도사건은 매년 1, 2건 정도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1월 울산 새마을금고 강도사건을 시작으로 2월 충남 아산, 6월 경북 영천, 7월 경북 영주, 8월 경북 포항 등 6건이나 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새마을금고는 1,315곳이나 된다. 전체 영업점 수도 3,100여 개로 4대 시중은행 전체 영업점(3,575)개에 육박한다. 반면 영업점별 근무자는 3, 4명으로 영세하다. 지역밀착형 서민 금융기관이다 보니 번화가보다는 주택가 골목이나 상가 한쪽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강도의 표적이 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보안시스템은 낙제 수준이나 마찬가지다.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담 경비원을 둔 곳은 거의 없다. 새마을금고 측은 금고강도 예방 등을 위해 ‘현금 도난사고 예방지침’과 ‘안전시설물 설치 및 운영지침’ 등을 마련해 영업점 문을 열 때는 2명 이상 동행토록 하고 금고 열쇠담당자와 비밀번호 관리자는 별도로 지정케 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울산 새마을금고 강도사건 때는 직원 혼자 오전 8시에 출근해 문을 열다가 변을 당했다.
새마을금고가 강도의 손쉬운 표적이라는 사실은 영주와 포항새마을금고 범인이 “새마을금고가 범행에 용이해서”, “달아나기 수월한 곳을 찾아서”라고 한 경찰 진술에서도 잘 나타난다.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달 16일 경비인력 확충, 안전관리시설물 전수점검, 폐쇄회로(CC)TV를 포함한 보안장비 운영기준 강화 등을 담은 대책을 뒤늦게 마련했으나 불과 한달 여만에 또 다시 강도사건이 발생, 체면을 구겼다.
하지만 금융기관 강도사건은 결코 완전범죄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데다, 국도 지방도의 방범용을 비롯해 금융기관 내외부, 가게는 물론 차량용 블랙박스까지 거미줄처럼 설치된 CCTV를 빠져나가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비교적 많은 현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인 반면 경비는 이를 따르지 못하니 강도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며 “올해 전국 6건의 새마을금고강도사건 모두 사건발생 5분에서 3일만에 해결했고, 이전 새마을강도 사건도 모두 범인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경주=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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