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 전과 6범인 A씨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지역 유력자들에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수신한 피해자 중 일부는 실제 A씨에게 수억원을 보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의 보좌관으로 일했다는 B씨는 올해 2월 “한 수석으로부터 재향군인회가 소유한 800억원 상당의 리조트를 280억원에 매입할 권한을 받았다”며 “대출수수료 4억원을 주면 13억원으로 돌려주겠다”고 주변인을 꼬드겼다. 이런 수법으로 4억원을 가로챈 B씨는 한 수석의 보좌관이 아니라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고교 후배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22일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참모를 사칭해 돈을 가로챈 사례를 공개했다. 조국 민정수석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 소상히 알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통령과 친인척, 청와대 인사의 이름을 대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사기로 생각하고 신고를 해 달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청와대가 공개한 6가지 사례를 보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사칭 사례가 두 건으로 가장 많다. 사기 등 전과 6범인 C씨는 지난해 12월 피해자에게 접근해 “임 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 모친을 사면해주는 조건으로 임 실장이 돈을 요구한다”고 속여 3,000만원을 가로챘다. D씨는 지난 9월 정부가 지원하고 임 실장이 뒤를 봐준다는 허위 선전으로 대규모 투자자를 모집했다가 수사 의뢰됐다.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사칭한 범죄도 있었다. E씨 등 2명은 “싱가포르 자산가가 재단 설립을 위해 6조원을 국내에 입금했는데, 자금인출 승인을 도와주는 이 비서관에 대한 접대비와 활동비가 필요하다”고 속여 1억원을 챙겼다. 사기 등 전과 7범인 F씨는 지난 2014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청와대 출입증을 위조, 청와대 공직기강실 선임행정관을 사칭해 취업알선비와 변호사 선임비 등 명목으로 2명에게 1억 5,000만원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고 “국민 여러분께서 대통령 및 청와대 주요인사가 결부된 어처구니없는 거짓말에 속아 막대한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8월 정도만 해도 한두 건이었는데 같은 일이 누적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통령께서 특별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국 수석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이 같은 사례에 전혀 개입된 바 없다”며 “향후에도 그 어떤 위법사례도 발생하지 않도록 춘풍추상의 자세로 엄정한 근무 기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수석은 또 “청와대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이 사기행각과 관련돼 있다면 이는 국정 수행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한 사태”라며 “국민께서는 이런 사례를 접하는 경우 청와대 또는 검찰ㆍ경찰 등 관련 기관에 즉각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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