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1> 학생을 묶어 두는 특수학교

특수교육 현장에서 보조의자가 사용되고 있는 건 그것이 ‘행동수정’이라는 명분 아래 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행동수정이란 1960~7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다 80~90년대에 한국에서 성행한 뒤 최근엔 가급적 지양되고 있는 교육 방식이다. 강압적 수단으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뒀기 때문인데 인권 침해적 요소가 강해 요즘엔 ‘긍정적 행동지원’이란 이름의 다른 접근을 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아들은 착석이 참 어렵다. 행동수정으로 접근하면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마다 의자에 결박해도 된다. ‘착석’이라는 결과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니까.
하지만 긍정적 행동지원으로 접근하면 아들이 일어나려는 이유, 환경, 그로 인해 얻는 것 등을 면밀히 관찰한 뒤 이를 중재할 방법을 찾는다.
물론 말이 쉽지 어려운 일이다. 특수교사 혼자서 6명 이상의 학생을 면밀히 관찰하고 중재에 나서기도 쉽지 않지만, 설령 그럴 수 있다 해도 구체적 방법을 모르는 게 문제다. 하긴, 특수교사 임용 시엔 이름도 못 들어봤던 교육방법을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란 말인가.
이에 전국 시도교육청에선 긍정적 행동지원 공모 사업을 벌이고 원하는 학교에 지원을 하고 있다. 올해 서울시의 경우 35개 학교에 1억7,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덕분에 내 아들도 작년엔 긍정적 행동지원 대상이 되었다. 자랑할 일은 아니다. 특수학교로 전학을 와서 그만큼 적응을 못하고 문제행동이 많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한 학기 동안 행동중재 전문가가 아들의 컨설팅을 맡았고 학년 말엔 긍정적 행동지원 부문 대상까지 받았는데 오늘도 나는 담임교사의 전화를 받았다. 옆 친구와 실랑이가 붙었다는 전화다.
아니, 명색이 대상까지 받은 몸인데 도대체 긍정적 행동지원은 어디로 다 까먹었단 말인가. 한숨이 푹푹 나온다. 아쉬운 건 지속성이다. 예산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 ‘급한’ 학생들에게 먼저 긍정적 행동지원을 지원한다.
22일 청와대 앞에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를 비롯한 학부모들이 집결해 특수학교에서의 폭력 사태 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렇다. 이제는 구조를 바꿀 때다. 부족한 예산과 전문 인력 때문에 일부 학교의 일부 학생만이 긍정적 행동지원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보조의자 같은 거 없이도 학교 현장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이제는 그 구조적 변화를 꾀할 차례다.
류승연 작가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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