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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혁신성장본부가 '혁신 아오지'로 불리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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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혁신성장본부가 '혁신 아오지'로 불리는 까닭은

입력
2018.10.23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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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8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에서 김동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지난 6월 당시 취임 1주년을 맞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조직 전체의 가용 자원을 활용해 혁신성장 성과를 내겠다”며 혁신성장본부 설립을 지시했습니다. 혁신성장본부는 스마트공장, 드론 등 8대 핵심 선도사업을 추진하고,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일종의 ‘혁신 기동대’와 같은 조직이죠. 고형권 기재부 1차관, 국장급 간부 4명을 포함해 각 실국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핵심인력 30명이 본부에 포진된 지도 4개월째로 접어듭니다.

그런데 최근 부처 내에서 혁신성장본부가 북한의 아오지탄광에 빗댄 ‘혁신아오지’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답니다. 혁신성장의 첨병 조직이 어쩌다가 악명 높은 강제노역 현장에 비유되고 있는 것일까요.

우선 당초 짐작과 달리 본부가 단기간에 해체될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게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본부 예산(임차료, 홍보비 등 14억8,000만원)이 정식 편성되면서 본부의 존속 기간은 암묵적으로 내년까지 연장됐습니다. 출범 3개월 또는 6개월 후엔 기재부로 ‘원대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던 본부 파견자들의 막연한 기대가 깨진 셈이죠.

업무 강도나 여건도 만만찮습니다. 차출 인원에 대한 보충 없이 조직이 꾸려지다 보니 본부에 파견돼서도 기존 부서 업무를 병행하는 인원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게다가 본부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 자리잡고 있어 세종에 거주하는 직원들은 좋든 싫든 평일엔 서울 시내 숙박시설에서 잠을 청하고 있습니다.

본부 직원들은 업무의 난맥상도 토로하고 있습니다. 본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규제혁신의 주도권이 주무부처로 넘어간 영향이 큽니다. 공론화 플랫폼을 통해 핵심 규제들을 선정, 혁신하려 했던 기재부의 기대는 청와대가 직접 규제개혁 전면에 나서면서 어그러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7~8월 의료기기, 인터넷전문은행 등 규제개선 관련 현장을 직접 찾아 혁신성장 드라이브를 걸면서 주무부처들이 대거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입니다. 본부에 파견된 A사무관은 “원격의료는 보건복지부, 은산분리는 금융위원회, 공유경제는 국토교통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어 임시조직인 본부가 주도권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청와대, 국무조정실, 4차산업혁명위원회, 혁신성장본부에 주무부처까지 규제개혁에 가세하면서 기관간 역할 분담이 모호한 것도 본부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본부의 간부급 관계자는 “이해관계자 반발이 심한 규제는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며 “부처간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본부 파견자들의 또다른 고충은 투자 활성화, 규제 개선, 창업 촉진 등 추진 과제 대부분이 가시화ㆍ계량화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명료한 중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여느 기동대 조직과는 여건이 다릅니다. 더구나 고용, 투자, 소득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규제혁신만 외따로 성과를 내기란 난망합니다. 김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최악으로 치달은 고용지표를 두고 “가슴에 숯검댕이를 안고 사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부하 직원들의 가슴도 숯검댕이가 된 건 아닌지 보듬어 살펴야 하지 않을까요.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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