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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신미약 감형제도 허점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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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심신미약 감형제도 허점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입력
2018.10.23 03:4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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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발생한 PC방 아르바이트생 피살 사건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범행 직후 공개된 CCTV를 본 이들이 가해자의 동생도 공범이라며 경찰의 대응 소홀을 지적하자 서울경찰청장이 해명까지 했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관련 청와대 청원은 불과 엿새 만에 동의자가 90만명에 이르렀다. 이처럼 여론의 관심이 높은 데다 신상공개 요구까지 나오자 경찰은 관련법에 의거해 22일 이송 중인 가해자 얼굴을 공개했다.

이 같은 여론의 반응은 흉악범죄에 희생된 피해자에 대한 연민과 ‘우울증’을 호소하며 죄를 덜어보려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상승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청와대 청원에 대한 이례적인 호응은 과거 아동 성폭행으로 공분을 샀던 조두순 사건처럼 만취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된 사례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여론의 분노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심신미약의 이유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될 수 있으니까 나쁜 마음 먹으면 우울증 약 처방받고 함부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식의 우려는 지나친 면도 없지 않다. 최근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이나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처럼 흉악범들이 정신장애 등을 이유로 감형을 주장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가해자처럼 우울증만을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번 사건은 현장 영상이 있는 데다 범행수법에 계획성이 있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했다는 점에서 중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수사를 통해 범행 사실을 확정하고 의도를 밝혀야 하는 단계에서 여론이 먼저 달아올라 재판 벌이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단편적인 현장 영상을 바탕으로 ‘동생도 공범 아니냐’고 짐작하거나, ‘책임능력’을 처벌의 전제로 삼는 형법을 도외시한 채 ‘심신미약 감형은 안 된다’고 막무가내로 외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물론 흉악범들이 심신미약을 면죄나 감형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것을 좌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사법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심신미약 감형의 조건이나 심신미약 판단 절차에 허술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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