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권순태를 위해 싸운다.’ ‘가시마의 수호신, 권순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팬들이 24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수원 삼성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앞두고 준비한 현수막이다. 수원 관계자는 “일본이 준비한 현수막의 상당수가 권순태를 응원하는 문구”라고 했다.
지난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4강 1차전의 여파로 클럽 대항전인 수원-가시마 2차전이 한일 국가대표 맞대결처럼 긴장된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가시마의 주전 골키퍼인 권순태(34)는 1차전에서 팀이 1-2로 뒤지던 전반 43분 수원의 공격수 임상협(30)을 향해 발길질했다. 이어 박치기 하듯 자신의 머리로 임상협 이마를 밀었다. 바로 앞에서 본 주심은 퇴장이 아닌 경고를 주는데 그쳤다.
가시마의 3-2 역전승으로 경기가 끝난 뒤 권순태 인터뷰가 논란을 부채질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권순태는 공동취재구역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팀을 위해서 필요하다 생각했다. 상대가 한국 팀이라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반면 권순태 에이전트는 “행동은 반성하고 있지만 마지막 문장은 와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권순태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까지 욕하는 일부 팬들의 악플에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과 달라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그는 귀를 닫고 일단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수원도 구단 차원에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수원은 22일 “AFC는 팬들의 응원 걸개 등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인종차별이나 정치적 메시지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어떤 응원 도구와 응원 구호도 안 된다”고 SNS를 통해 팬들에게 호소했다. 일부 흥분한 홈 팬들이 불필요한 행동을 저지를까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1차전에서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허무하게 역전패한 수원은 안방에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수원은 지난 8월 자진 사퇴했던 서정원(48) 감독이 두 달도 안 돼 돌아와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서 감독 복귀 후 수원은 제주와 FA컵 8강(승부차기 승), 포항과 정규리그(2-0) 등 2경기 연속 무패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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