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군인은 선망의 대상이다. 정예 장교를 키우는 사관학교 인기는 갈수록 치솟는다. 2019학년도 사관학교 생도 모집 경쟁률은 육사 34.2대 1, 해사 38.5대 1, 공사 41.3대 1을 기록했다. 육사와 공사 모두 개교 이래 최고 경쟁률이다. 모집 인원이 적은 여생도 관문은 더욱 비좁다. 올해 공사 여생도 경쟁률이 101.7대 1로 사상 처음 세 자릿수를 넘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 남자 생도 모집에도 역대 최다 인원이 몰렸다. 취업난에 아랑곳없이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되는 직업 안정성 덕분이다.
□ 역설적이게도 치열한 경쟁을 뚫은 사관생도 이탈이 늘고 있다. 4년 전 입학한 육사 생도 271명 중 올해 소위로 임관한 생도는 224명. 임관 비율은 82.7%로 10년 전에 비해 11.5%포인트나 떨어졌다. 최근 10년간 퇴교한 육사 생도는 243명. 공사ㆍ해사 생도의 임관 비율도 갈수록 떨어진다. 해사는 자퇴, 규정 위반 등으로 올해 31명이 학교를 떠났다. 통제된 생활에 대한 부적응과 진로문제가 주된 이유였다. 선배 장교의 조기 전역 비율이 늘고 있는 것도 ‘안정성’이 예상만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 준 것으로 보인다.
□ 사관학교에서 장교 1명을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억4,000만원. 연간 6,000만원꼴이다. 생도는 4년 내내 월급도 받는다. 3학년 때 자퇴하면 1억원 넘는 세금이 낭비되는 셈이다. 해사가 퇴교생을 상대로 장교 양성 비용을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단다. 막대한 국고 손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퇴교생이 1억원, 2억원 넘는 돈을 토해 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회의론이 제기된다.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 진로를 바꾸겠다는 걸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 일반 대학생은 4년간 끊임없이 고민하다 20대 중반 넘어 진로를 정하기 쉽다. 반면 사관생도는 만 18세에 직업군인의 길을 택한다. 폐쇄적인 군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시한다고 보기 어렵다. 선발 과정에서 생도 생활과 장교 역할에 대해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다. 성적 위주 전형을 다양화하고 교육 방식도 바꿔야 한다. 미국 육사 출신 장교의 5년 차 조기 전역률은 50%나 된다. 명문대 못잖은 최고의 교육을 통해 사회 각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한다. 억압적인 교육 시스템을 시대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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