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선수들이 몸을 내던져가며 ‘투혼의 시리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넥센 외야수 이정후(20)는 프로야구 정규시즌 막판 타격왕 경쟁이 한창일 때 이런 말을 했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지만 (지난 6월) 다쳤을 때 어깨가 빠졌어요. 어깨 막이 찢어져 뼈가 앞으로 튀어나온 탈골인데, 찢어진 막은 다시 안 붙는다고 해서 시즌 끝나고 봉합수술을 해야 할 것 같아요.”
6월 19일 두산전 도중 2루타를 친 뒤 3루에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 어깨를 다친 이정후는 당시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다. 부상 이후 한달 공백을 딛고 돌아왔지만 늘 조심스러웠다. 보강 운동을 통해 다친 부위의 근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다시 어깨가 빠질 수 있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지 않고 다리로만 한다”고 설명했다.
빠른 발과 탁월한 야구 센스 덕분에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강렬했다. 특히 처음 경험하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좌익수로 잇단 ‘슈퍼캐치’를 선보여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6일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정후는 5-5로 맞선 7회초에 최형우가 친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처리했다. 역전 주자가 1루에 있어 장타로 연결될 경우 역전을 허용할 수도 있었지만 이정후의 수비로 위기를 넘겼다.
한화와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빈 틈이 없었다. 19일 1차전에서 3-2로 근소하게 리드한 8회 최재훈의 큼지막한 타구를 펜스 앞에서 점프해 잡아냈다. 20일 2차전에선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7-5로 앞선 9회말 1사 후 김회성의 잘 맞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아웃 시켰다. 그 동안 자제해왔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포구한 그는 왼 어깨를 그라운드에 세게 부딪혔다.
부상 재발 위험이 있는 데도 몸이 그렇게 반응한 것이다. 곧바로 어깨가 빠졌음을 느껴 벤치에 신호를 보냈고,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당일 병원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22일 정밀 검진에서 왼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2주 안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이정후는 따라서 남은 포스트시즌에 뛸 수 없게 됐다.
이정후에게 안타를 빼앗긴 한화의 김회성(33)도 현재 붕대 투혼을 벌이는 중이다. 내야수인 김회성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고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일 롯데전에서 수비를 하다가 타구에 맞아 귀 바깥 부분부터 안쪽까지 찢어져 30바늘 이상을 꿰맸다.
부상 이후 4일 휴식을 취한 뒤 9일 KT전부터 정상 출격한 그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도 선발 3루수로 뛰며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차전엔 송광민에게 선발 자리를 내주고 교체 출전해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9회말 이정후에게 잡힌 날카로운 타구는 그의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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