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수석부사장이던 컴퓨터 공학자 앨런 유스터스(Alan Eustaceㆍ1956~)가 2014년 10월 24일 지상 41.419km 상층권에서 자유 낙하했다. 그는 미국 뉴멕시코의 한 폐쇄된 공항 활주로에서 특수 제작한 헬륨기구의 끈에 매달려 분당 약 488m 속도로 2시간 남짓 목표 상공까지 상승한 뒤, 소형 폭발물로 끈을 잘랐다. 37.592km는 자유낙하, 나머지는 낙하산을 이용했다. 땅에 닿을 때까지 15분여가 걸렸다. 그가 기록한 자유낙하 순간 최고 속도는 음속을 돌파(시속 1,322km)했고, 지상에서는 미약하나마 음속폭음(sonic-boom)이 들렸다고 한다.
유스터스가 닿은 높이는 여객기의 항행고도(8~12km)보다 4배 이상 높은 성층권(10~50km구간) 상층부로, 그는 상승-하강 중 겪을 기온과 기압, 오존 농도 변화로부터 체온 등 생명 유지의 조건을 지켜 줄 수 있는 특수 우주복을 착용해야 했다. 2년 전인 2012년 10월 오스트리아 출신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ㆍ1969~)는 39km에서 자유낙하에 성공했고, 당시 그는 우주복이 아닌 특수제작 튜브를 이용했다.
유스터스는 자신의 저 대담한 도전을 사전에 언론에 알리지 않았고, 경비 등을 지원하겠다는 구글 본사의 제의도 개인적 일이라며 마다했다. 그는 유년 시절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모는 왜건을 타고 온 가족이 들판에 나가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의 NASA 우주선이 이륙하는 장면을 즐겨 보곤 했다는 그는 자가용 세스나기 비행 등을 즐기는 실리콘밸리의 모험가로 그 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다.
그의 저 비행은 유년기 우주에 대한 갈망을 풀기 위한 개인적 동기의 모험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성취와 명예를 과학과 기술의 명예로, 우주복과 낙하산, 헬륨풍선 등을 제작한 팀의 명예로 나누고자 했다. 대신 그는 우주선을 이용하지 않고 인간이 오른 최고 높이에서 어둠 속 광활한 우주와 대기의 층들을 혼자 보았노라고 자랑했다. 어쩌면 그는 지구 곡선의 완만한 실루엣도 육안으로 보았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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