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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예산심의의 일차적 기준, 국민의 정책선호

입력
2018.10.22 11:34
수정
2018.10.22 17:4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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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부터 ‘학교 밖 청소년’에게 기본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9세부터 18세 청소년에게 1인당 월 20만원씩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시범적으로 서울시 청소년 도움센터인 ‘친구랑’에 등록한 200명가량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사업의 성과에 따라 서울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인 ‘꿈드림’ 참여학생으로 대상을 넓혀 갈 예정이다.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국가교육시스템 안에서 소외를 겪는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해소하는데 지방자치체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다. ‘학교 밖 청소년’은 일차적으로 학교 교육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차적으로 교육부의 교육대상에서 배제된다는 점에서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이들은 지원센터에 등록됨으로써 교육이 아닌 여성가족부의 지원대상이 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지원센터에 등록하지도 않기 때문에 사회의 주변에서 맴돌거나 교육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면서 심각한 혼란을 겪는다. 서울시 교육청이 이러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를 두고 사회 내 일차적인 반응은 중복예산에 대한 걱정이다. 특히 복지사업과 관련하여 중앙부처 간 또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체 간 중복된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조치도 여성가족부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사업과 중복된다는 것이다. 정부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될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다.

효율성이 사회적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효율성 이외의 어떠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 예산의 배분은 국민들의 정책적 선호에 근거하여 각 사업의 시급성, 중요성, 사회적 필요성 등을 평가한 결과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예산 배분은 이와 같은 정부의 대의기능에 대한 고려보다는 자원의 효율적 활용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정부 예산 배분의 기준과 관련된 이와 같은 편향은 한국 사회의 예산 편성과 심의과정의 특수성이 하나의 원인일 것이다. 한국의 예산결정과정은 예산편성의 정부 독점과 공정한 예산심의를 위한 정보와 시간이 부족한 국회로 특징지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는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의원들이 예산 편성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반면,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의회가 예산 편성을 주도한다. 한국은 이 두 유형 모두에 속하지 않는다. 대통령제 국가이면서 국회는 예산편성을 주도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예산편성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더구나 예산심의를 위해 국회가 갖는 시간은 90일 정도로 짧다. 예산집행에 대한 감사가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가 예산편성 및 심의에 반영되는 미국이나 예산편성과정에서부터 의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영국과 비교할 때 한국 국회의 예산권은 매우 빈약하다. 그 결과 국회는 각각의 정부 사업이 왜 필요한지, 얼마나 시급한지, 국민들의 요구는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예산배분의 효율성만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는 실정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 다양한 정부 사업의 중요도를 기준으로 예산을 배분하기 어렵다면 중복예산과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차선은 될 것 같다. 다만 이와 같은 국회의 선택이 권력기관 간 힘겨루기 가운데 오히려 더욱 심각한 자원 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제 곧 상임위원회별 정부예산에 대한 심의가 끝나고 470조5,000억원 가량의 2019년 예산 전체에 대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짧은 심의의 시간이나마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정책적 선호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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