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 경위에 관한 사우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적나라한 진실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우디 정부의 자체 조사 결과 발표에 의문을 드러내면서, 실체 규명 의지를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정의를 찾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조처에 그치지 않고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3일 소속 정의개발당(AKP) 의원총회에서 카슈끄지 죽음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당국자들과 몸싸움 중 우발적으로 숨졌다는 사우디 정부 발표 후 그의 첫 공식 반응이다. 그는 “왜 15명이 터키로 왔나? 왜 18명이 체포됐나? 모든 세부 사항에 설명이 필요하다”면서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조목조목 거론, 의문을 나타냈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왕이나 왕세자 등 사우디 왕실을 직접 겨냥해 비난하지는 않았다. 터키 당국은 사건 초기부터 미국 매체와 자국 친정부 언론을 통해 정보 유출 수위를 높여가며 사우디를 압박하면서도, 고위 인사들이 사우디 왕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한편 터키 경찰은 총영사관과 영사관저, 차량, 총영사관 직원, 이스탄불 북부 녹지와 마르마라해 건너 얄로바시(市) 외곽 등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며 증거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한편 이날 이스탄불주지사는 카슈끄지가 숨진 당일 총영사관 밖에서 그를 기다린 터키인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를 24시간 보호키로 결정했다고 일간지 밀리예트 등 터키 매체가 보도했다. 젠기즈가 구체적으로 어떤 위협에 노출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터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젠기즈는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으로 들어가기 전 그의 휴대전화를 맡아 보관하고 있으며, 그가 돌아오지 않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측근에게 상황을 알렸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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