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한국과의 차세대 전투기(KF-X/IF-X) 공동투자ㆍ개발 사업을 재협상하기로 했다. 예산 부족에 따른 사업분담금 지급 지연에 이어 최근 루피아화 가치 급락으로 금융불안까지 겹치면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최근 재협상 결과에 따라 국산 전투기를 수출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현지매체 콤파스 등에 따르면 위란토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지난 19일 기자들을 만나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KF-X/IF-X 사업 참여조건을 재협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란토 장관은 “국가 경제 여건을 고려해 (조코위) 대통령이 재협상을 결정했다”며 “특별팀을 꾸려 인도네시아 재정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한국과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KF-X/IF-X 재협상은 양국 정상간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인도네시아 측의 설명이다. 토마스 렘봉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장은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줬다”며 “지난달 조코위 대통령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재협상과 (조건) 재조정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렘봉 청장에 따르면 재협상은 12개월 이내에 마무리 짓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재협상은 인도네시아 자국 사업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전 기술 항목은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사업비를 공동 부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ㆍ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000억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 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50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 지급해야 할 분담금(2,380억원)을 입금하지 않아 사업 중도하차 가능성까지 우려됐다. 특히 지난 4월에는 인도네시아 국방차관이 “한국 측과 함께 풀어야 할 문제,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며 “해당 사업이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우리 정부도 재협상 방침을 사실상 인정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시 관련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고 확인했다”며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문제에 대해 실무적 논의를 해보자는 취지의 연락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무 협상 일정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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