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자회사 한전KPS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11명이 재직자의 자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 10년간 임직원 친인척의 정규직화 비율이 일반 직원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 서울교통공사를 시작으로 불거진 ‘고용 세습’ 문제가 공공 부문 전반에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한전KPS가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현황’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올해 4월 1일자로 정규직(5급ㆍ6급)으로 전환한 기존 기간제계약직 직원 240명 가운데 11명(4.6%)이 임직원의 자녀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중 8명은 노조 조합원 자녀였다. 이들은 모두 2014년부터 지난해에 걸쳐 입사했으며, 3명은 채용 경위가 확인되지 않거나 미공고 채용됐다. 한전KPS 관계자는 “이미 퇴사한 직원들의 친인척은 집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전KPS는 원자력ㆍ화력 등 발전소나 송ㆍ변전 설비에 대한 정비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평균 연봉은 7,986만원이다.
한전KPS는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 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같은 해 9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 심의위는 노동조합 측 2명이 포함된 사내위원 4명과 사외위원 4명(광주지방고용노동청 추천 2명, 회사 추천 1명, 노조 추천 1명) 등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이후 심의위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총 588명의 기간제근로자 가운데 담당 사업이 이미 종료됐거나 60세 이상 고령인 직원, 퇴사자 등을 제외한 256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평가는 근무 부서 상급자 평가ㆍ면접ㆍ인성검사ㆍ신체검사ㆍ신원조사 등 다섯 단계였는데, 특별한 부적격 사유가 없는 한 통과되는 방식이라 탈락자는 16명(6.3%)뿐이었다. 그 결과 올해 240명의 직원들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와 함께 한전KPS가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전달한 문건에 따르면, 2008년부터 10년간 계약직으로 입사한 한전KPS 임직원의 자녀, 형제ㆍ자매, 배우자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의 비율은 약 43.3%로, 사내에 친인척이 없는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율(18.3%)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나 이마저도 입사 당시 재직 중인 직원의 친인척만 집계한 것이라, 전ㆍ현직 직원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에 임직원 자녀가 10명 넘게 포함된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한 퇴직자의 육성 제보를 인용해 구체적인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제보자는 “한전KPS가 비정규직을 뽑을 때 직원의 부인이나 자녀를 뽑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해 왔다”며 “지인이 아니면 계약직으로 들어갈 수 없고, 노조가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노조에 잘 보여야 한다”고 했다.
박맹우 의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조와 직원들이 고용 세습에 개입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KPS 측은 “채용은 공정한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친인척 직원에게 특혜를 준다는 의혹은 사실무근”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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