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은 비영리단체 과세 못해
형법상 횡령 혐의 적용도 쉽지 않아
지원 아닌 보조금으로 법개정 추진
일부 사립유치원에서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유치원 운용비를 빼돌려 명품가방, 성인용품 구입 등 개인 용도로 쓴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렇게 유용된 돈에 세금을 추징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립유치원과 같은 비영리단체의 운영과 관련된 수입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17개 시도 교육청의 2013~2017년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일부 유치원에서 회사 자금을 쌈짓돈처럼 유용하는 일부 개인 기업에 비견할 만한 회계 비리가 공개되면서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유치원 운영자 등에 대한 세금 추징은 할 수 없다. 유치원은 비영리단체인 까닭에 정부 지원금을 비롯해 유치원 운영과 관련된 수입은 소득세법상 사업소득에서 제외되는 수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과세당국이 세금을 부과할 원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비영리단체 운영비 등은 과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유용한 사람에게도 추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 기업과 같은 영리법인 대표가 회삿돈을 개인 자금으로 빼돌리면 과세당국은 이를 ‘상여’로 보고 근로소득세를 추징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자금 유용으로 회사 소득이 줄어 법인세가 낮아질 경우엔 해당 기업에 대해 법인세도 추징할 수 있다.
유치원 원장이 불법으로 사용된 지원금은 환수할 수 있을 뿐 형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학부모에 지원되는 돈이고 납부되면 사립유치원 경영자 소유로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사용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데 비해 보호자가 낸 수업료는 원장 개인 재산이 되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 지원금이지만 학부모를 거쳐서 유치원에 들어간 이상 원장 개인 돈이 된다는 얘기다.
지원금 성격인 누리과정 예산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보조금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다 적발되면 지원금과 달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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